애플의 애플워치가 웨어러블 시장은 물론 전통시계 시장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애플워치는 지난 2014년 9월 처음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4월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 판매량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700만대 이상이 출하됐다. 더불어 애플워치로 최대 17억 달러(약 1조 9900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웨어러블에 대한 관심 증가

애플워치가 '아이폰급' 성공이라는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애플이 처음 내놓은 이 스마트워치가 불러오고 있는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애플워치는 일단 전 세계소비자들의 관심을 웨어러블 시장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기존 형성돼 있던 웨어러블 시장에 대한 인식을 높여놓았다.
스마트워치 스타트업 페블은 애플워치 덕분에 자사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에릭 미기코브스키 페블 최고경영자(CEO)는 언론사 인터뷰에서 "애플은 스마트워치의 롤렉스 혹은 태그호이어가 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대신 우리는 스마트워치의 스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처럼 애플워치가 중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을 지향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중저가대 스마트워치 상권과 뚜렷한 경계가 생겼다. 이는 곧 대부분의 웨어러블 업체가 애플워치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애플워치가 웨어러블 시장 전체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애플워치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업체들은 애플워치의 명성 덕분에 매출이 오히려 상승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 시대 흐름 맞춘 타이밍
사실 애플워치 등장 이전에도 수많은 스마트워치가 존재했다. 본격적인 스마트워치의 역사는 지난 2006년 10월 선을 보인 소니에릭슨의 MBW-100으로 피처폰과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제품이었다. 국내에서도 2008년 11월 LG전자의 프라다링크로 처음 인식됐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섰다는 평가 속에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지는 못했다.
애플워치의 등장 시기는 아이폰 시리즈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그리고 IT가 전 세계 산업에서 본격적인 차세대 '먹거리'로 인식되던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웨어러블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었다. 여기에 애플은 디자인이라는 무기까지 얹었다. 단순히 IT 기능만 강조한 것이 아니라 애플워치 디자인을 위해 조너슨 아이브, 마크 뉴슨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영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애플답게 기능은 물론 '룩(LOOK)'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애플워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기능에 디자인까지 입혀진 애플워치는 어떤 모습일지 전 세계적으로 궁금증을 낳았다. 이는 그전까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던 전통시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신들과 스마트워치와의 경계가 존재한다고 믿었던 전통시계 업계에서도 다른 스마트워치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넘기다가도 디자인이 가미된 애플워치에는 반응한 것이다.
▲ 전통시계들의 대응
애플워치의 등장은 전통시계의 판매량과 주식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처음 전문가들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결국 웨어러블 시장의 확대와 관심이 거꾸로 전통시계 시장의 축소로 이어졌다. 이는 곧 전통시계 업체들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전통시계 업체들은 저마다 다른 형태로 애플워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태그호이어는 얼마전 스마트워치 '태그호이어 커넥티드'를 선보였다. 애플워치 워치(549~1099달러)와 에디션(1만 달러~) 사이에 해당하는 1500달러(약 174만 원) 가격으로 출시, 직접적인 경쟁은 피했다. 모바도는 '모바도 볼드 모션'을 출시했다. 가격은 750달러(약 88만 원)이다. 이들은 기존 라인은 그대로 유지한 채 IT 업체의 기술적인 부분을 가미시켰다.

하지만 파슬그룹은 달랐다. 파슬은 웨어러블 기기 업체인 '미스핏'을 2억 6000만 달러(약 3019억 원)에 인수했다. 태그호이어가 인텔과 구글, 모바도가 HP와 각각 협업을 통해 스마트워치를 내놓은 것에 비해 확실히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파슬그룹은 미스핏의 기술을 접목시킨 다양한 파슬, 스카겐 등의 브랜드를 내년에 선보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제 전통시계 업체들도 앞으로 더 성장해 갈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전 세계스마트워치 출하량은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10%가 증가, 610만대를 기록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지난해 한해 동안의 스마트워치 출하량이 460만대라는 점에서 그 성장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스마트워치 시장은 애플워치가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의 업체와 전쟁을 치를수록 더 치열해지고 커질 전망이다. 차세대 애플워치 출시 루머가 내년 6월이 될 것이라는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가운데 스와치, 스와로브스키 등도 올해 안에 스마트워치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애플워치로 본격 촉발된 스마트워치 시장은 전통시계 업체에 어떤 결과를 던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사진] 위로부터 애플워치, 태그호이어의 커넥티드, 파슬그룹이 인수한 미스핏 제품.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