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없이는 못살아’다. 과장이 아니다. ‘WBSC 프리미어12’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일본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대회 우승에 가장 큰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대회 흥행을 위한 가장 큰 파트너이기도 하다. 4강전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야구월드컵을 대체하고 2020년 도쿄 올림픽 야구·소프트볼 부활을 위해 창설, 올해 첫 대회를 연 ‘WBSC 프리미어12’는 무수한 뒷말을 남기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MLB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불허해 이미 전력상으로는 반쪽자리 대회가 됐다. 때문에 MLB 사무국이 주도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보다 대회의 수준과 흥행요소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BC의 대항마를 자처했지만 힘이 약하다.
여기에 운영도 문제다. 아마추어적이다. 8강전의 구체적인 일정이 예선전이 모두 끝난 뒤나 발표됐고 일본에 유리하게 4강전 일정이 짜이면서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대해 일본측 관계자는 “4강전 일정은 원래부터 유동적일 수 있다고 별첨 표시가 돼 언론 관계자들에게 배포가 됐다. 그리고 4강전 일정을 정한 것은 일본이 아니라 WBSC이며 공식 홈페이지 등에 제대로 이를 알리지 않은 것도 WBSC”라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유독 일본만 4강과 결승 사이에 하루의 휴식일을 준 것은 찜찜함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표팀은 18일에도 새벽 4시에 나와 이동을 해 피로도가 극심해졌다. 주축 타자인 이대호는 “야구를 하면서 새벽 4시에 이동을 해보기는 처음”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반대로 일본은 푹 쉬고 오후 비행기로 이동해 저녁 도쿄돔에서 여유 있게 훈련을 마쳤다. 꼬인 시선으로 보지 않으려고 애써도 철저히 일본의, 일본을 위한, 일본에 의한 대회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번 대회 창설에 일본이 결정적인 공헌, 정확히 말해 스폰서 등으로 자금을 대고 있는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번 대회가 ‘올림픽 야구 부활’이라는 목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흥행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내에서는 “이번 대회 시청률은 예상은 웃돈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예선 대부분의 경기들이 13~19%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 일본 관계자는 “예전에야 야구 시청률이 잘 나왔지만 최근에는 예전만 못하다. 일본시리즈 시청률도 7~8% 정도에 불과하다”라면서 “같은 시간 방영하는 드라마의 경우도 15% 정도면 아주 잘 나온 축에 속한다”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어12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뜨겁다는 증거다.
이런 일본에 한국은 최고의 파트너다. 이제 한·일전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라이벌전으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팬들의 흥미를 자아낼 만한 전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프리미어12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번 대회 한국 주관 방송사인 SBS의 한 관계자도 “공중파와 케이블 시청률을 합치면 꾸준히 10% 이상이 나오고 있다. 우리로서도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자국 내 관심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한국전 카드는 일본으로서 놓칠 수 없다. 4강전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일본측 한 관계자는 “시청률이 20%를 넘어 30% 가까이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시청률은 곧 흥행의 지표이자 돈으로 연결된다. 예전 일정이 대만에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WBSC가 무리를 해 한국과의 삿포로 개막전을 잡은 것도 다 이와 연관이 있다. 나쁜 시선으로 본다면 일본이 대회 흥행을 위해 한국을 이용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서 4강전 승리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