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다윗 이대은, ‘오타니 프레임’에 맞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19 05: 56

어쩌면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일 수도 있다. 리그 성적만 놓고 보면 그렇다. 그러나 공을 둥글다. 단판 승부는 어찌될지 모른다. 대표팀의 한·일전 선발로 나서는 이대은(25, 지바 롯데)이 온통 도배되어 있는 오타니 프레임을 시원하게 깨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5 WBSC 프리미어12’도 이제 막바지 일정에 이르렀다. 19일 도쿄돔에서 한국과 일본이 4강전 일정을 시작한다. 20일에는 미국과 멕시코가 4강전을 벌이며, 21일에는 3·4위전과 결승전이 예정되어 있다. 역시 가장 큰 화제를 모으는 경기는 19일 한·일전이다. 우리로서는 적진 한 가운데서 경기를 치러 여러모로 부담이 된다. 그러나 대회 우승의 당위성이 있는 일본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큰 화제를 모으는 선수는 역시 일본의 선발로 내정된 오타니 쇼헤이(21, 니혼햄)다. 일본 최고의 스타 중 하나로 성장한 오타니는 8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한국과의 개막전에서 160㎞가 넘는 공을 강속구를 뿌리면서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선보였다. 이런 오타니를 공략하지 못하고 끌려간 한국은 0-5 영봉패를 당했다. 성인 무대에서는 오타니를 처음 상대하는 한국으로서는 쇼크에 가까운 경기였다.

그래서 그럴까. 언론과 팬들의 시선은 모두 오타니에게 집중되어 있다. 여기서도 오타니, 저기서도 오타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18일 도쿄돔에서 가진 공식 훈련 도중 오타니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았다. 한국만 유별난 것이 아니다. 일본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오타니가 이번 경기 결과에 키를 쥐고 있다는 인식은 대동소이하다. 오타니가 개막전처럼 던질 수 있다면 일본의 승리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다면 경기가 혼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적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성장한 오타니다. 몸 상태만 잘 유지했다면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골리앗이다. 이에 맞서는 이대은의 성적은 오타니에 비해 떨어진다. 올해 일본무대에 진출한 이대은은 9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후반기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다. 현재 일본 대표팀 투수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대은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고 일장기를 달았다. 굳이 오타니와 비교하자면 다윗이다.
그러나 야구는 모른다. 만약 전력대로 야구가 흘러간다면 우리가 지금껏 일본을 몇 차례나 격파한 것은 불가능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도 “일본의 전력이 강하다”라면서도 “100경기를 치르는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무조건 전력이 좋은 팀이 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단기전은 그렇지 않다”라고 힘줘 강조했다. 그 전제 조건은 이대은의 호투다. 오타니와의 선발 맞대결을 대등하게 끌어가야 전력을 뒤집을 만한 틈을 찾을 수 있다.
이대은도 각오가 남다르다. 일본무대에서 뛰는 선수인 만큼 일본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자신의 가치도 뛸 수 있다. 어쩌면 소속 리그 올스타 타선과 싸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이대은 개인보다는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싸우겠다. 죽기 살기로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인식 감독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던지게끔 만들어줄 것”이라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강조했다. 이대은이 또 한 번의 기적을 향한 발판을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도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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