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30개 이하로 줄여야 한다".
KIA 좌완 심동섭(24)에게 이번 오키나와 가을 마무리 훈련은 각별하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마무리 훈련을 알차게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수술과 부상 때문에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고 결국은 볼을 많이 던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좋은 구위를 갖고 있으면서도 걸맞는 성적을 제대로 내지 못한 이유가 됐다.
그러나 2015년 가을 오키나와에서는 몸도 마음도 푸른 하늘 만큼이나 맑다. 불펜투구에 돌입해 싱싱한 볼을 던지고 있다. 몸이 좋아지니 얼굴도 밝아졌다. 내년 시즌의 목표도 정했다. 볼넷을 30개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다. 홀드는 30개이다. 어느해보다 많은 볼을 던지는 계획을 세웠다. 제구력을 잡기 위해서였다.

심동섭은 2015시즌 69경기에 출전해 3승1패1세이브21홀드, 방어율 5.02를 기록했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이 마운드에 올랐고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는 "작년(2014년)은 몸이 안좋았다. 팔꿈치와 이두박근이 아파 힘들었다. 올해는 크게 아픈곳이 없었다. 한번 허리 아파서 엔트리에서 빠졌는데 이거 빼고는 별다른 부상이 없었고 많은 경기에 나갔다. 만일 엔트리에 빠지지 않았다면 80경기는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히 볼을 던지는 것이 작년에 비해 좋아졌다. 투구 밸런스가 잡혔다. 한 시즌 치르면서 꾸준히 좋을 수 없는데 올해는 좋았던 기억들이 훨씬 많았다. 지금도 밸런스가 유지가 되고 있다. 앞으로 제구력을 가다듬어 내년에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심동섭의 약점은 기복이 있다는 점이다. 볼이 좋을 때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그러나 볼이 안좋을때는 난타를 당한다. 이에 대해 그는 "힘이 떨어져도 A 급 투수들은 요령으로 어떻게든 최소화시킨다. 나는 아직 이런게 부족하다. 좋을때는 확실히 좋은데 안좋을때는 확실히 무너졌다"고 인정했다.
볼넷도 많은 편이다. 9이닝당 사사구 비율이 7.22에 이른다. 피안타율은 2할2푼6리인데도 이닝당 출루율이 1.57로 높고 방어율이 5점대에 이른 이유이다. 그는 "볼넷이 너무 많았다"면서 "제구력을 잡는 것이 내년 캠프까지 최대의 목표이다. 올해 볼넷이 43개인데 30개 이하로 줄여야 한다. 볼넷이 줄면 당연히 방어율이 내려갈 것이다. 마음먹고 확실하게 줄이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제구력을 어떻게 잡을까. 심동섭이 내놓은 해답은 3가지이다. 우선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 내년 봄 전지훈련까지 볼을 많이 던지겠다는 것이다. 팀의 훈련이 없는 12월도 놀지 않고 자비를 들여 오키나와에서 몸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볼을 던지기 위해 내딛는 발의 방향을 수정했고 커브를 장착한다.
심동섭은 "볼을 던질때 던지는 지점을 좁게 보고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오른 발을 지면에 내딛을때 그동안 발끝이 오른쪽으로 살짝 벌어졌는데 이것을 스퀘어 방향으로 만들고 있다. 힘이 좋을때 끌고 나오는데 무리가 없는데 힘이 없을 때는 팔이 벌어지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던지는 힘을 길러야 한다. 마운드에 올라가 10개~15개 던지면 힘이 확 떨어진다. 캠프 준비가 중요한 것 같다. 팔꿈치와 허리 때문에 매년 볼을 많이 던지지 못했다. 지난 2월도 아파 800개만 던졌다. 보통 전지훈련까지 1500~2000개는 던져야 한다. 이제는 아프지 않기 때문에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2월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석민이 형과 유창식과 함께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한다. 내년 캠프까지는 볼을 일단 많이 던지겠다"고 말했다.
심동섭은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 투수이다. 이번에는 새로운 구종으로 커브를 선택했다. 2년전 김정수 코치가 1군 투수들을 맡았을 때 커브의 중요성을 전수받았다. 심동섭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위주로 포크볼을 결정구로 삼고 있다. 예전에 김정수 코치님에게서 커브를 익혔는데 익숙하지 않아 많이 쓰지 못했다. 이번에는 커브를 집중적으로 익혀 내년에는 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2016 소방수 후보이다. 올해도 후보로 꼽혔지만 윤석민이 3월초에 복귀하면서 심동섭은 그대로 필승맨 보직을 받았다. 그러나 윤석민이 내년에는 선발로 돌아가고 소방수는 무주공산이다. 심동섭에게 "소방수 할 수 있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심동섭은 "아직은 의식을 하지 않고 있지만 해보고는 싶다. 나는 중간투수보다 소방수가 편하다. 2014년 막판 소방수를 잠깐 했는데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는 필승맨으로 30홀드를 목표로 삼고 있다. 만일 소방수로 발탁을 받는다면 당연히 30세이브일 것이다. 2016시즌의 목표를 수치화한다면 볼넷 30개를 포함해 홀드이든 세이브이든 '30-30'에 도전하는 셈이다. 어느때보다 몸이 싱싱해진 심동섭이 2016시즌을 향해 야심찬 게획을 세웠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