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한국 감탄시킨 오타니, 더 놀라운 한국의 뒷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1.19 22: 51

 오타니 쇼헤이(21, 니혼햄 파이터스)는 부인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그 뒤는 쉬웠다. 한국의 뒷심은 오타니의 기세보다 강했다.
오타니는 19일 일본과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1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다시 만난 한국 타선은 그를 공략하겠다는 의욕으로 가득했으나, 오히려 더욱 꽁꽁 묶였다. 오타니로 인해 한국은 8회말까지 0-3으로 패색이 짙었다.
160km에 이르는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과 140km대 중반의 포크볼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무기와 함께 좋은 슬라이더까지 갖춘 오타니를 상대로 한국 타선은 6회초까지 노히트 수모를 당했다. 7회초 정근우의 중전안타가 팀의 첫 안타였을 정도로 한국은 철저히 눌렸다.

8일 삿포로돔에서 있었던 개막전에 만났을 때보다도 좋은 피칭 내용이었다. 당시 오타니는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2볼넷 무실점했다. 반면 선발 김광현이 3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2실점하고 물러난 데 반해 오타니는 중반까지 홀로 마운드를 지켰다. 개막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0-5로 완패했다.
이후 대표팀은 설욕의 기회를 기다렸다. B조 예선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를 각각 10-1, 13-2로 제압하며 일본 상대로 침묵했던 공격력까지 되살린 한국은 다시 만난 오타니를 꼭 제압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 대표팀의 주장인 정근우는 "(오타니에) 두 번 당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해결책으로 타격 타이밍을 내놓았다.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두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른 선수들이 터지지 않아서 오타니를 무너뜨리지 못했지만, 정근우는 이날 오타니가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에 유일하게 안타를 만들어낸 타자였다. 그러지 못했다면 한국은 일본에 노히트 패배라는 수모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오타니는 남들보다 빠른 공과 더불어 볼 배합과 제구력도 훌륭했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도 지녔고, 이로 인해 한국은 공격다운 공격을 해본 이닝이 없었다. 공격적인 승부를 즐겨 볼넷조차 없었다. 한국은 개막전과 마찬가지로 오타니의 벽을 실감했다.
결국 이 경기를 지켜본 많은 이들의 반응은 대부분 아쉬움을 넘어 감탄이었다. 150km대 초반의 포심 패스트볼에도 열광하던 일본 팬들은 그가 삼진을 하나씩 쌓을 때 가장 크게 환호했고, 한국은 알고도 깨지 못하는 높은 벽을 실감했다. 오타니를 넘어보고자 했던 이들도 그의 피칭에 매료될 정도였다.
하지만 오타니가 너무 강해서였을까. 그 뒤는 쉬웠다. 8회초부터 나온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상대로 9회초 선두 오재원의 좌전안타와 대타 손아섭의 중전안타, 좌측 파울라인 안쪽을 통과하는 정근우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만회한 한국은 이용규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마쓰이 유키를 맞아 김현수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대호가 다시 바뀐 투수 마스이 히로토시를 공략해 외야 좌측에 떨어지는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9회말에는 정대현과 이현승이 올라와 상황을 정리했다. 극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4-3 역전승. 한일전 역사에 남을 또 한 번의 믿기 힘든 역전승이었다. /nick@osen.co.kr
[사진] 도쿄돔=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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