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21, 니혼햄 파이터스)가 팀 패배에도 ‘한국 킬러’로 떴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오타니의 완벽투에 눌리고도 9회 기적적인 맹타로 4-3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극적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선발 오타니는 지난 8일 개막전에 이어 다시 한 번 한국 타선을 상대로 완벽투를 선보였다.
오타니는 지난 8일 개막전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성인 대표팀에 뽑힌 후 한국과의 첫 대결이었는데, 압도적인 구위를 뽐냈다. 1회에는 김현수를 상대로 161km의 강속구를 뿌렸고, 포크볼도 147km에 달했다. 한국 타자들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오타니를 이기지 못했다. 4회 1사까지 노히트에 그쳤고, 오타니는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한국을 압도했다. 한국은 개막전에서 0-5로 충격의 영봉패를 당했다.
한국은 다행히 일본전 패배를 잊고 조별리그에서 착실히 승수를 쌓았다. 미국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3승 2패로 B조 3위를 마크. 8강에선 쿠바를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그런데 준결승전 일본의 선발 투수는 다시 오타니였다. 일본은 개막전 이후 오타니를 단 1경기에도 등판시키지 않았다. 아꼈던 카드를 한국과의 준결승전에 꺼내든 것. 개막전에서 호투했기에 가장 믿을 만한 카드였다.
한국 역시 오타니를 대비하고 있었다. 첫 맞대결에서 허무하게 패했기에 두 번째 대결에선 필승을 다짐했다. 한 번 겪어봤던 상대이기에, 두 번째는 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또한 한국 타자들은 개막전에서 다소 경기 감각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후 타격감을 끌어올린 타자들이기에, 이번 대결에선 다른 결과를 원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150km 후반대의 강속구를 뿌리며 한국 타자들을 막았다. 2회 첫 타자 이대호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켰지만 후속타자들을 깔끔히 처리했다. 3회부터 5회까지는 무려 탈삼진 7개를 뽑아내며 타자들을 구위로 눌렀다. 6회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노히트 행진. 굴욕의 패배를 당할 수도 있는 한국이었다. 오타니는 7회 첫 타자 정근우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첫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용규, 김현수를 연속 삼진 처리한 후 이대호를 3루 땅볼로 솎아냈다.
오히려 개막전보다 진화한 모습을 보이며 7이닝 1피안타 1사사구 11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 7이닝 동안 투구수도 85개에 불과했다. 이미 한 번 경험한 오타니의 공이었지만 쉽게 이길 수 있는 구위가 아니었다. 오타니는 이날 경기 포함 한국전 2경기에서 13이닝 3피안타 3사사구 21탈삼진 무실점으로 괴물투를 선보였다. 게다가 프리미어12 선발 등판 경기는 모두 한국전이었다.
한국은 이전 국제 대회에서 우에하라 고지,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르빗슈 유 등 굵직굵직한 투수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일본전에 임하는 한국 선수들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종전 에이스들과는 달랐다. 한국을 상대로 거의 완벽투를 선보이며 새 ‘한국 킬러’로 등극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완벽투에도 불구하고 팀 패배로 웃지 못했다. 반대로 한국은 오타니의 완벽투에 눌리고도 경기 막판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 오타니 쇼크를 극복했다. 그러나 추후 국제 대회에서도 오타니는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krsumin@osen.co.kr
[사진] 도쿄(일본)=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