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9일,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 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다시 한 번 '도쿄대첩'을 재현했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 4-3으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일정, 심판배정 등 많은 부분에서 불리한 처우를 참아야했던 한국은 8회까지 0-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9회 마지막 공격에서 기적적으로 타자일순하며 일본을 두들겨 역전승을 따냈다. 이로써 한국은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 자리를 놓고 21일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한국은 9회 대타 오재원과 대타 손아섭의 연속안타, 그리고 정근우의 좌익선상 2루타로 1점을 따라간 것과 동시에 무사 2,3루 찬스를 잡았다. 이용규가 몸에 맞는 공으로 1루에 출루했고, 김현수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점수 차를 1점으로 좁혔다. 그리고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역전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리고 9회말 정대현이 아웃카운트 2개, 이현승이 1개를 잡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이번 대회는 준비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특히 프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이들은 대표팀 감독 자리를 모두 고사했다. 국가대표 감독 전임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국야구는 김인식 감독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국민 감독' 김 감독은 국민들에게 야구로 큰 기쁨을 줬던 인물이다. 2006년 1회 WBC 감독으로 한국을 4강 까지 올리며 야구인기 중흥을 이끌었다. 당시 한국은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일본과 만나 8회 이승엽의 역전 투런을 등에 업고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미국으로 건너 간 한국은 멕시코와 미국 등 강호를 연달아 격파한 뒤 일본을 다시 2-1로 잡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예선에서는 일본과 2번 만나 2번 모두 이겼지만, 정작 준결승전에서는 0-6으로 패배하며 우승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이후 대표팀 감독자리를 고사하던 김 감독은 2009년 2회 WBC 감독을 다시 맡는다. 그때 역시 다들 꺼리던 게 대표팀 감독 자리였지만, 별다른 말 없이 팀을 맡았다. 그리고 김 감독은 결승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1,2라운드에서 일본과 무려 4번이나 만나 2승 2패를 기록했던 김 감독은 준결승에서 베네수엘라를 10-2로 대파, 결승에 진출했지만 연장 승부끝에 다시 일본에 덜미가 잡혔다.
2009년 김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신화가 됐지만, 정작 원 소속팀인 한화 이글스는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김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면서 정규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겼고, 결국 그 해를 끝으로 현장을 떠났다. 이후 국가대표팀은 '전년도 우승팀 감독이 맡는다'는 규정에 따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범현 감독, 2013년 3회 WBC·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 프리미어12는 다시 한 번 전임감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결국 김 감독이 팀을 맡게 됐다.
프리미어12는 올해 처음 열린 대회. 대회 준비과정부터 진행까지 졸속인 점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김 감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비록 개막전에서 일본에 졌지만 대만으로 건너간 뒤 4강 진출까지 확정지었고, 이번에는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일본을 찾았다. 그리고 이번 만큼은 토너먼트에서 일본을 잡아내며 초대우승 감독에 도전하게 됐다. 3번의 도전 만에 일본을 잡은 노 감독의 열정에 야구팬들은 갈채를 보낸다. /cleanupp@osen.co.kr
[사진] 도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