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 유 이상의 충격이었다. 일본의 뉴에이스 오타니 쇼헤이(21)가 두 번의 한국전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알렸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4-3으로 승리, 9회 기적의 역전승에 성공했다. 한국은 오타니에겐 7회까지 무득점으로 침묵했으나, 9회 4점을 폭발시키며 일본 불펜진을 무너뜨렸다. 이로써 한국은 오는 21일 미국과 멕시코 준결승전 승자와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승자는 한국이었으나, 이번에도 오타니의 투구는 눈부셨다. 왜 모든 야구팬이 오타니를 주목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투구라면 메이저리그 진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무결점에 가까운 투구였다. 오타니는 한국과 두 경기에서 13이닝 21탈삼진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오타니의 활약은 2006 WBC의 우에하라 코지, 2009 WBC의 다르빗슈 유보다 막강했다. 한국은 적어도 이들을 상대로는 1, 2점은 뽑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에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저항조차 힘들었다. 오타니는 16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에, 우에하라의 포크볼과 다르빗슈의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사실 오타니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괴물로 군림해왔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메이저리그행과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두고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오타니는 니혼햄 파이터즈 유니폼을 입었는데, 1년차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오타니의 성장세를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토니 라루사, 랜디 존슨, 루이스 곤잘레스 등 메이저리그의 전설들이 직접 일본을 찾아 오타니의 투구를 지켜봤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까지 여전히 몇 년 남았으나, 오타니를 향한 관심은 메이저리그 특급 FA들처럼 뜨겁다.
무엇보다 오타니는 매년 기량이 향상되고 있다. 타석에 서는 것을 두고 일본 특유의 ‘쇼맨십’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있으나, 투수로서 능력은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오타니가 포스팅으로 미국에 진출할 경우, 총액 2억 달러 계약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일본 선수들의 포스팅 상한선이 2000만 달러로 제한된 만큼, 오타니를 얻기 위해선 포스팅비의 10배 지출을 감수해야 할 것이란 이야기다.
이제 겨우 프로 3년차인 오타니가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 노모·다르빗슈·다나카 이상의 충격을 메이저리그에 선사할지 지켜볼 일이다. / drjose7@osen.co.kr
[사진] 도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