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특급 타자가 와도 힘들어 보였다. 패배에도 일본 에이스투수 오타니 쇼헤이(21)의 투구는 빛났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4-3으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9회초를 맞이했으나, 일본 불펜진을 마구 두들기며 4득점, 또다시 기적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 주최측의 농간을 완벽히 깨부셨다. 하지만 한국은 오타니 앞에서는 또다시 침묵했다. 7회까지 경기 내용은 ‘오타니쇼’ 단 네 글자면 충분했을 정도였다. 오타니는 85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1피안타 0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메이저리그 1선발 에이스투수와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투구로 한국에 충격을 안겼다. 16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과 140km 중후반대의 포크볼, 그리고 슬라이더까지 공 하나하나가 난공불락 그 자체였다.

전략도 빛났다. 오타니는 3회까지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를 펼쳤다. 지난 개막전과 마찬가지로 힘을 앞세워 한국 타자들을 몰아붙였다. 한국 타자들도 오타니의 패스트볼에 포커스를 맞췄으나, 여전히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오타니의 공은 한국 타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4회부터는 변화구를 섞었다. 2스트라이크 이전에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으면서 한국 타자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특히 김현수 이대호 박병호 등 한 방이 있는 타자들을 상대로 초구 변화구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시작했다. 4회초 이용규가 패스트볼을 커트,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추는 역발상을 들고 나왔고, 7구까지 승부를 가져갔으나, 결국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렇게 오타니는 예측할 수 없는 볼배합으로 6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뤘다.
한국은 7회초 정근우가 오타니의 반대투구에 중전안타를 날리며 일말의 희망을 안겼다. 그러자 오타니는 이용규를 158km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김현수를 157km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대호는 3루 땅볼, 정근우에게 첫 안타를 내줬으나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안타 허용 후 정면돌파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로써 오타니는 이번 대회 한국과 두 경기에서 13이닝 21탈삼진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2006 WBC의 우에하라, 2009 WBC 다르빗슈보다 강렬했다. 앞으로 한국은 일본과 만날 때마다 오타니 공략법을 연구해야만 한다. / drjose7@osen.co.kr
[사진] 도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