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과 상대한 게 대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상대로 9회 기적의 역전승에 성공했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4-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오는 21일 같은 장소에서 미국·멕시코 준결승전 승자와 결승전을 치른다.
‘기적’이란 두 글자가 어울리는 한 판이었다. 한국은 7회까지 오타니를 상대로 단 하나의 안타만 기록하며 침묵했다. 지난 8일 개막전 6이닝 무득점에 이어, 이번 대회 오타니를 상대로 13이닝 무득점의 굴욕을 당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오타니는 16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과 포크볼, 슬라이더까지 완벽하게 구사했다. 이날 오타니는 우에하라의 포크볼과 다르빗슈의 슬라이더를 갖춘 외계인이었다.
하지만 오타니에게 고전한 게 결과적으로 다른 일본 투수들을 쉽게 만들었다. 한국은 0-3에서 맞이한 9회초 노리모토를 앞세운 일본에 안타를 퍼부었다. 대타 오재원의 좌전안타를 시작으로 대타 손아섭의 중전안타, 정근우의 적시 2루타까지 3연속 안타로 첫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이용규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 만루찬스를 잡았다.
한 방이면 역전에 성공하는 상황, 일본은 마츠이로 투수를 교체했다. 그런데 한국은 찬스에서 더 신중했고, 일본 투수들은 궁지에 몰린 채 패닉에 빠졌다. 무사만루서 김현수가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밀어내기 득점, 그리고 이대호가 다시 바뀐 투수 마스이에게 2타점 결승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날 일본 투수들의 공은 TV 중계화면을 통해서도 오타니와 오타니 외에 투수들이 확연히 분간이 갔다. 구속 차이 이상으로 공의 무브먼트가 달랐다. 오타니는 난공불락이었으나 가장 힘든 상대가 내려가니 모든 투수들이 평범해졌다. 오타니의 패스트볼에는 타이밍이 늦었으나, 오타니 이후 투수들의 패스트볼은 배팅볼을 치듯 타이밍이 맞아나갔다.
결국 한국은 오타니에게는 졌지만 승부에선 이겼다, 9회 기적의 역전승으로 또 한 번 도쿄돔에서 전설을 썼다. / drjose7@osen.co.kr
[사진] 도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