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도쿄돔 4만 관중, 8회까지 '환호' 9회는 '절규'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1.19 22: 51

3시간 내내 끌려가던 답답한 경기를 20분 만에 바꿨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한 승리였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8회말까지 0-3으로 뒤지다 9회초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4-3으로 승리했다. 결승에 선착한 한국은 20일 있을 미국-멕시코전 승자와 결승전을 치르며, 초대 우승에 도전한다.
8회말까지는 오타니 쇼헤이에 막혀 0-3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9회초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8회초부터 나온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상대로 9회초 선두 오재원의 좌전안타와 대타 손아섭의 중전안타, 좌측 파울라인 안쪽을 통과하는 정근우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만회한 한국은 이용규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마쓰이 유키를 맞아 김현수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추가했다.

2-3에서 이어진 무사 만루 찬스.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마스이 히로토시를 공략해 외야 좌측에 떨어지는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4-3 역전의 순간. 3루측 한국 덕아웃과 도쿄돔 3루측에 섬처럼 자리한 일부 한국 관중들을 제외하면 4만 명이나 들어찬 도쿄돔이 조용해졌다.
8회말까지는 홈 팀인 일본의 잔치 분위기였다. 오타니는 더 할 나위 없는 7이닝 1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펼쳤고, 1회초 오타니가 150km대 초반의 포심 패스트볼만 던져도 온갖 함성을 지르며 응원을 아끼지 않던 일본 관중들은 오타니가 160km의 빠른 공을 뿌리고 연신 한국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더욱 목소리가 커졌다. 4회말 일본이 3득점하면서 한국은 더욱 기가 죽었다.
하지만 9회초 한 번의 공격으로 한국은 밀폐된 넓은 공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0-3에서 오재원과 손아섭의 연속안타로 주자 2명이 나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약간 구장안이 술렁일 뿐이었다. 하지만 정근우의 적시 2루타를 시작으로 불안해하는 사람들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마침내 이대호의 적시타가 터진 후 주자 2명이 들어왔을 때는 어떻게 된 일인가 싶을 정도로 구장 전체가 조용했다. 한국 관중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일부 구역만 시끌벅적했다.
4-3에서 멀리 뻗은 오재원의 타구를 아키야마 쇼고가 잡을 때만 해도 일본 팬들의 박수소리가 커졌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일본이 공격할 때 기계적으로 흘러나오던 나팔소리에 섞인 응원의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한국의 집중타가 일본 관중들의 힘까지 빼놓은 것이다. 9회말 2사 1루에서 거포 나카무라 다케야가 대타로 나올 때 마지막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지만 구원 등판한 이현승이 막아내 결과는 한국의 승리였다.
홈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일본을 꺾는 상상은 언제 해봐도 행복하다. 하지만 일본 관중들이 꽉 들어찬 적지에서 4만명을 침묵시키는 재미는 경험하지 않은 이들은 모를 것이다. 조용함을 넘어 약간의 적막함까지 느껴졌던 야구장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것도 한일전이 준 소중한 기억 중 하나다. /nick@osen.co.kr
[사진] 도쿄돔=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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