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역전승이었다. 꿈쩍도 안 했던 일본 마운드를 경기 마지막 이닝인 9회 공략해 3점의 열세를 단번에 뒤집었다. 이날 객원해설로 함께 한 한국야구의 전설이자 원조 기적 제조기인 이승엽(39, 삼성)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대표팀의 승리를 극찬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4강전에서 0-3으로 뒤진 9회 안타 4개와 사사구 2개를 집중시키며 4점을 뽑은 끝에 4-3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탈락 일보 직전까지 갔던 한국은 또 다른 기적과 도쿄 대첩으로 대회 결승전에 선착했다.
이날 한국측 주관 방송사인 SBS의 객원 해설을 맡아 도쿄돔을 다시 찾은 이승엽도 대표팀의 개가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경기가 끝난 지 꽤 된 시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한 이승엽은 “정말 재밌고 엄청난 경기였다. 지금까지 기적을 쓴 것은 다 8회의 일이었다. 9회에 이런 경우는 없었다”라며 대표팀의 집중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실제 한국은 8회까지 단 1안타밖에 치지 못하며 철저히 끌려갔다. 0-3으로 뒤진 채 9회에 돌입했다. 모두가 패배라는 단어를 직감하고 있었다. 도쿄돔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마지막 집중력은 무서웠다. 9회 들어서자마자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대타 카드로 나선 오재원 손아섭이 연속 안타를 쳐냈고 정근우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따라 붙었다. 이어 이용규의 몸에 맞는 공,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 이대호의 2타점 결승 적시타 등이 쉴 새 없이 나오며 대역전극을 써냈다.
9회 상황에 벌떡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는 이승엽은 “9회에 이렇게 하기가 정말 힘든 이유는 이런 국제대회에서는 최고의 투수들이 나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면서 “오타니가 1이닝을 더 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오타니보다 못한 투수들이 계속 나오다보니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승인을 짚었다. 또한 이승엽은 “김인식 감독님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라며 9회 신들린 선수 운영도 결정적인 승인으로 분석했다.
2006년 WBC 예선 1차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결정적인 순간 팀의 해결사로 활약하며 기적을 만든 이승엽은 이제 후배들이 결승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엽은 “한일전 승리로 분위기를 제대로 탔다”라며 이 기세가 21일 열릴 결승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20일 열리는 미국-멕시코 4강전 승자와 21일 오후 7시부터 대회 결승전을 벌인다. /skullboy@osen.co.kr
[사진] 도쿄돔=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