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결승행 뒤에는 벤치의 기막힌 용병술이 있었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9회 무서운 집중력을 앞세워 4-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9회에만 5안타를 폭발시킨 타선의 힘은 놀라웠다. 공격력 못지않게 마운드의 힘도 견고했는데, 그 뒤에는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벤치의 적절한 용병술이 있었다.
한국은 준결승까지 치르면서 확실한 선발 에이스 카드가 부족했다. 당초 김광현-이대은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김광현은 일본전-미국전에서 5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대은도 준결승전에서 3이닝 3실점(1자책)하며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펜만큼은 견고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등판한 투수들은 추가 실점을 막았다.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이대은에 이어 차우찬을 투입했다. 0-2로 뒤진 4회말 1사 1,3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아키야마 쇼고에게 볼넷, 사마코토 하야토에게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허용하며 추가 실점했다. 하지만 야마다 데쓰토를 루킹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이후 6회까지 견고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2⅔이닝 무실점의 호투.
3번째 투수 심창민이 2볼넷으로 흔들렸지만 한국은 정우람을 투입해 무사 1,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후 임창민도 8회말 2사 1,3루 위기에서 등판해 사카모트를 삼진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그리고 4-3으로 역전한 9회말에는 정대현에게 아웃카운트 2개, 이현승에게 아웃카운트 1개를 맡기며 철벽 불펜진을 완성했다. 위기 때마다 투수 교체는 모두 성공했다.
공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오타니의 호투에 완벽히 눌렸다. 대타 작전을 써서 활로를 뚫을 수도 있었지만, 쉽게 대타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그리고 0-3으로 뒤진 9회 시작과 함께 오재원을 대타로 투입했다. 오재원은 좌전안타로 출루하며 포문을 열었다. 곧바로 손아섭을 대타로 출전시켜 2연속 안타. 그 후 한국은 정근우의 적시타, 김현수의 멀어내기 볼넷, 이대호의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묶어 대거 4득점에 성공했다. 극적인 역전 점수를 만드는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벤치의 대타 작전이 100%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도 철저히 계산된 마운드 운용으로 상대 팀의 공격을 차단했다. 특히 접전 상황이 벌어졌던 멕시코전에선 선발 이태양(3이닝 2실점)을 일찍 교체한 후 불펜진을 가동했다. 임창민(1⅓이닝 1실점)에 이어 차우찬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소화했다. 이어 정대현, 이현승의 더블 스토퍼를 투입해 1점 차의 리드를 지켰다.
미국전에서도 위기 상황 마다 투입한 투수들이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특히 연장 10회 승부치기에선 땅볼 유도 능력과 수비가 뛰어난 우규민을 등판시켜 더블 플레이를 만들기도 했다. 심판진의 오심으로 경기를 내줬지만 투수 운용은 한국의 짜릿한 승리를 만들 뻔 했다. 쿠바전에서도 다소 일찍 무너진 장원준(4⅔이닝 2실점)에 이어 임창민-차우찬-정대현-이현승 카드를 차례로 꺼내들며 무실점했다.
한국 벤치는 위기 때마다 움직였다. 때로는 빠른 타이밍에 투수를 교체하며 상대 팀의 흐름을 끊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시기적절한 승부수는 한국을 결승까지 올려놓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결승전에서도 벤치의 용병술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krsumi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