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한국의 벌떼야구, 새로운 극일 전략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11.20 06: 01

한국야구가 역사에 남을 '극일'을 이뤄냈다. 그동안 수차례 일본을 침몰시킨 한국이 새로운 방법으로 일본을 깼다. 과거 일본 킬러로 불리며 계보를 이어간 왼손 에이스들의 원맨쇼로 극일을 이뤘다면 이번엔 벌떼 마운드 운용으로 일본 강타선을 잠재운 것이다. 
한국은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4-3 대역전승을 거뒀다. 8회까지 1안타 무득점으로 끌려 다녀 패색이 짙었지만, 9회에만 타자일순으로 안타 5개와 사사구 2개를 묶어 4득점했다. 약속의 8회가 아니라 9회 마지막 공격이라 더 극적이었다. 
한국이 9회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마운드였다. 8회까지 일본 강타선을 3점으로 억제해 역전 발판을 마련했다. 수비 실책에 따른 비자책점 2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투수들이 허용한 점수는 1점에 불과했다. 선발 이대은 포함 7명의 투수들을 쪼개고 쪼개 활용한 것이 완벽하게 적중했다. 

과거 한국이 일본을 잡을 때에는 항상 왼손 에이스들이 존재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155구 완투승 구대성,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 8이닝 1자책점 선발승 김광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 2경기 10⅔이닝 무자책점 봉중근까지 좌완 에이스가 경기를 지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준결승 일본전에서 한국 선발로 출격한 투수는 우완 이대은이었다. 그는 수비 불안과 좁은 스트라이크존 문제로 3⅓이닝 3실점(1자책)으로 강판됐지만, 차우찬(2⅔이닝)-심창민(0이닝)-정우람(1⅔이닝)-임창민(⅓이닝)-정대현(⅔이닝)-이현승(⅓이닝)으로 이어진 불펜투수 6명이 5⅔이닝 무실점을 합작, 일본에 추가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잘 던진 투수들의 힘이 가장 크지만, 적재적소에 이뤄진 투수 교체 타이밍도 기가 막혔다. 4회 1사 1·3루에서 이대은을 차우찬으로 바꿔 추가 1실점으로 끝냈고, 7회 무사 1·2루에서는 심창민 대신 정우람이 올라와 실점 없이 막았다. 8회 2사 1·2루에서는 정우람에 이어 임창민이 삼진을 잡으며 위기를 극복했고, 9회 2사 1루에서는 정대현에서 이현승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끝냈다. 
일본전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 내내 한국은 선발투수보다 불펜 위주로 벌떼야구로 재미를 보고 있다. 7경기 팀 평균자책점이 2.07에 불과한데 구원 평균자책점은 0점대(0.87)밖에 되지 않는다. 일본과 개막전 이후 6경기 25⅔이닝 무자책 행진. 불펜투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벌떼야구로 결국 일본까지 잡아냈다. 
김인식 감독과 선동렬 투수코치 특유의 한 박자 빠르고 과감한 투수 교체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불펜의 승계주자 실점률은 9.5%에 불과하다. 21명의 승계주자 중에서 실점으로 연결된 것은 2명뿐이다. 신들린 교체 타이밍과 위기를 두려워 않는 불펜투수들이 한국 벌떼야구를 완성했다. /waw@oen.co.kr
[사진] 도쿄(일본)=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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