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다시 한 번 한국야구를 세계 정상의 기회에 올려놓았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서 0-3으로 뒤지던 9회초 대거 4점을 뽑아 거짓말 같은 4-3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선착했다. 대표팀은 20일 있을 미국-멕시코전 승자와 21일 도쿄돔에서 세계 정상 자리를 두고 맞붙는다.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은 오타니 쇼헤이에 7이닝 동안 철저히 눌렸다. 오타니는 7회초 선두 정근우에게 안타 하나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노히트로 한국 타선을 틀어막았다. 7이닝 동안 볼넷 허용 없이 1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활약이었다. 8회말까지는 일본의 승리가 유력했다.

하지만 한국은 9회초 한 번의 공격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김인식 감독의 대타작전이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대표팀은 많은 대타요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 감독이 경기 전부터 대타로 기용할 카드라고 했던 손아섭을 비롯, 벤치에 있는 모두는 대타 투입이 가능했다.
이때 김 감독은 손아섭보다 스피드가 뛰어나고 파이팅이 넘치는 오재원을 먼저 대타로 기용했다. 9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대타 오재원은 깨끗한 좌전안타를 쳤다. 그리고 1루로 달려 나가던 도중 주먹을 짧게 쥐는 세리머니를 했다. 팀 동료들의 분발을 일으키기 위한 동작이기도 했다. 이후 대표팀은 아웃카운트 없이 4점을 뽑았다.
이후 분위기가 약간 올랐고, 김 감독은 다시 대타 손아섭을 기용해 중전안타로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이후 상황은 모두가 아는 것과 같다. 이 과정 전치에서 김 감독의 결정이 빛났다. 경기 직후 김 감독은 "경기 전부터 손아섭은 찬스에 대타로 쓰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9회에 오재원과 손아섭 중 누구를 먼저 낼지 고민하다가 오재원을 먼저 내보내야겠다고 결정했다. 그 뒤에 손아섭이 나간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본다"라고 돌아봤다.
둘의 순서를 사전에 정한 것도 좋은 결정이었지만, 타선이 오타니에 눌려있을 때 조급하게 대타 카드를 내지 않은 점은 칭찬할 만한 것이었다. 전략적인 대타였던 손아섭을 7회 이전에 썼다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답답한 경기 내용이 전개될 때도 때를 기다리며 대타를 아꼈다.
반면 일본의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투구 수가 85개에 불과했던 오타니를 7이닝을 끝으로 빼면서 많은 궁금증을 낳았다. 결승전에 활용하기 힘든 투수인데 100개도 채 채우지 않은 것에 일본 언론도 의문을 제기했다. 감독의 지략 싸움에서 한국이 승리한 경기였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