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올림픽에서 은메달리스트 보다는 동메달 리스트가 더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동메달을 수상하면 ‘그래도 메달을 획득했다’는 안도감이 큰 반면 은메달 리트스는 ‘조금 만 더 잘했으면 금메달인데’하면서 아쉬워 한다고 한다.
똑 같은 경우는 아니겠지만 LA 에인절스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의 처지가 딱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와 같게 됐다.
20일(이하 한국시간)발표된 아메리칸리그 MVP 시상에서 트라웃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조시 도날드슨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도날드슨은 1위표 23표, 2위표 7표로 385점을 얻었고 트라웃은 1위표 7표, 2위표 22표, 3위표 1표로 304점에 그쳤다.

트라웃은 지난 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MVP가 됐다. 메이저리그 데뷔 4시즌 만에, 풀타임으로 뛴 지 3시즌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런 영광 뒤에는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트라웃은 첫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2012년 득점(129득점), 도루(49개) 등에서 리그 1위에 오르는 등 빼어난 활약으로 MVP 투표 최종 후보까지 갔다. 하지만 MVP는 미겔 카브레라의 몫이었다. 물론 이 때는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신인을 수상했기 때문에 크게 아쉬울 것은 없었다.
2013년에도 비슷했다. 트라웃은 109득점 볼넷 110개로 역시 리그 1위에 오르면서 MVP 후보가 됐다. 그 때도 똑같이 카브레라가 MVP가 됐다. 트라웃은 2012년에 이어 2위였다. 이 때문에 ‘야구는 트라웃이 잘 하지만 MVP는 카브레라’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2014년에는 MVP에 올라 최고가 됐지만 올해는 다시 도날드슨에 막혔다.
흥미로운 것은 이 동안 트라웃의 WAR이다. 트라웃은 2012년부터 bWAR 10.8-8.9-7.9-9.4를 각각 기록하면서 리그 1위였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4년 연속 MVP 투표에서 2위 이내에 든 선수는 트라웃 외에 4명 뿐이다.
배리 본즈가 2차례 기록했다. 본즈는 1990년부터 1993년까지 4차례 MVP 투표에서 2위 이내에 들었고 이 중 3번 MVP가 됐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4년 내내 MVP를 차지하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한 MVP 4년 연속 수상자가 됐다.
올해 타계한 요기 베라는 1953년부터 1956년까지 4년 연속 MVP 투표에서 ‘톱2’에 들었다. 이 중 2번 MVP에 올랐다.
다음은 스탠 뮤지얼이다. 1948년부터 1951년까지 강력한 MVP후보였다. 뮤지얼은 1948년에는 MVP가 됐으나 이후 3년은 연속 2위에 머물렀다. 뮤지얼은 통산 3차례 MVP에 올랐고 4번 2위에 머물렀다.
테드 윌리엄스는 1941년부터 1947년까지 4년 연속 2위 이내에 들었다. 윌리엄스가 아직까지는 트라웃과 똑 같은 모습이다. 2년 동안 2위에 머물다가 1946년 MVP가 됐고 1947년 다시 2위에 머물렀다. 1942년과 1947년에는 타격 3관왕을 차지하고도 MVP가 되지 못했다.
물론 트라웃이 연속해서 MVP 투표에서 2위에 머무는 것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메이저리그 루키 시즌부터 4년 연속 MVP 투표에서 톱2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트라웃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한다. 1991년 생으로 이제 24세에 불과한 트라웃에게는 아직도 MVP 상을 챙길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기도 하다. /nangap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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