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cm 외국인 선수도 한국선수가 막기에는 벅차다. 가드형 외국인 선수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인천 전자랜드는 지난 18일 KBL에 알파 뱅그라(35, 191.1cm)의 대체선수로 포워드 자멜 콘리(29, 192.3cm)의 가승인을 신청했다. 유도훈 감독은 뱅그라가 개인플레이가 심하다는 이유로 교체를 결심했다. 하지만 가드형 외국선수를 데리고 하는 농구가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콘리는 2012년 필리핀리그서 22.6점, 11.6리바운드를 기록한 포워드다. 3점슛도 30%로 쏘면서 리바운드에도 재능이 있다. 미국에서는 키도 작은데 외곽슛도 좋지 않은 애매한 ‘트위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보다 좋은 재능이 없다. 단신선수로 데려와서 골밑까지 맡길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농구서 대체선수로 언더사이즈 빅맨을 데려오는 것이 유행이다. 특히 동부는 라샤드 제임스를 웬델 맥키네스로 바꿔서 대박을 쳤다. 맥키네스는 데뷔 후 7경기서 평균 20점, 7.9리바운드, 1블록슛, 3점슛 66.7%를 기록 중이다. 맥키네스는 208cm 최장신 로드 벤슨을 위협할 정도로 잘하고 있다. 맥키네스, 김주성, 윤호영이 함께 나선 2-3 지역방어는 매우 위력적이다. 동부는 맥키네스 영입 후 5승 2패로 반등에 성공했다.
맷 볼딘, 브랜든 필즈, 대이비온 베리로 계속 외국선수를 교체했던 LG도 포워드 조쉬 달라드를 데려왔다. 달라드는 데뷔전에서 15점, 6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이다. 언더사이즈 빅맨이 결국 대세로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10개 구단 중 외국선수 교체가 없는 구단은 삼성, SK, KCC, KT만 남았다. 커스버트 빅터(16.7점, 7.3리바운드)와 마커스 블레이클리(11.9점, 7.2리바운드)의 선전은 언더사이즈 빅맨들의 대세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마리오 리틀은 미국에서 1~2번을 봤던 가드지만, 체격이 190cm, 95kg에 달한다. 파워보다 기술로 승부하는 가드는 론 하워드, 드웨릭 스펜서, 조 잭슨 세 명만 남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비드 사이먼이 다쳤을 때 SK는 스펜서만으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오리온 역시 애런 헤인즈가 빠진 첫 경기서 SK에게 69-90으로 대패를 당했다. 장신 외국선수의 중요성과 단신선수의 한계를 역설하는 대목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KBL은 평균득점을 올리고 볼거리를 늘리겠다는 취지로 단신외국선수 제도를 부활시켰다. 김영기 KBL 총재는 “평균득점이 곧 팬들의 만족도다. 국내선수들의 신장도 좋아졌다. 맥도웰 같은 선수는 다시 와도 활개 치지 못한다”며 제도의 흥행을 자신했다. 시즌 초반 단신선수들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김 총재의 결정을 칭찬하는 팬들의 반응도 많았다.

그러나 시즌이 중반에 접어들며 각 구단은 언더사이즈 빅맨을 잡아야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KBL의 취지에 역행하는 ‘덩치’들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힘과 파워에서 밀리면 기술은 다음 문제다. KBL 국내선수들은 자신보다 작은 외국선수들에게도 골밑을 완전히 내주고 있다. 193cm의 선수도 제어하지 못하니 한국이 국제무대서 리바운드를 장악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실이다. 국내선수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각 구단의 성적지상주의도 문제다. 당초 이러한 사태를 우려한 KBL은 단신외국선수의 신장으로 180cm대를 원했다. 하지만 성적을 우선시한 몇몇 구단의 반대에 부딪쳤다. 결국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 어중간한 신장의 193cm였다. 그 정도 선수면 한국선수들이 골밑에서 맞서 경쟁력이 있다고 여겼지만 현실은 매우 참담하다.
KBL은 4라운드부터 2,3쿼터에 걸쳐 외국선수 2명을 동시 투입할 수 있다. 론 하워드와 조 잭슨은 처음부터 이 때를 노리고 뽑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드형 선수들은 4라운드가 시작하기도 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언더사이즈 빅맨을 보유한 팀들은 2,3쿼터 외국선수 두 명을 동시 투입해 지역방어를 설 것이 분명하다. 김영기 총재가 원하는 공격형 농구가 펼쳐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