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기적의 역전쇼였다. 그러나 웃는 자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자도 있는 법. 일본은 후유증이 크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도 당황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4강전에서 기적의 4-3 역전승을 거뒀다. 0-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9회 타선이 응집력을 과시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4만 관중이 운집한 도쿄돔은 침묵이 흘렀다. 일본 야구의 심장부에서 거둔 또 한 번의 쾌거였다.
오타니 쇼헤이를 공략하지 못하고 끌려갔던 한국이었다. 8회까지 안타는 단 1개였다. 그러나 9회 오재원 손아섭이라는 대타 카드가 연이어 적중한 것이 꽉 막혀 있던 흐름을 뚫어냈다. 정근우의 적시 2루타, 이용규의 몸에 맞는 공,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턱밑까지 추격하더니 이대호가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치며 환호했다. 일본은 이런 분위기를 돌려보려 애를 썼지만 기세가 오른 한국을 당해낼 수 없었다.

일본은 충격이 컸다. 3-0으로 이기던 경기가 9회에 뒤집어진 경우는 일본 역사에서도 뼈아프게 남을 충격이었다. 당장 고쿠보 히로키 대표팀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고쿠보 감독은 “감독의 책임이다”라며 자세를 한껏 낮췄지만 여론이 이를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적절하지 못했던 투수 교체에 대해 언론과 팬들이 일제히 성토했다.
잘 던지던 선발 오타니를 7회를 마치고 교체한 것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다. 경기 후 일본 취재진도 이례적으로 고쿠보 감독에게 불편한 질문을 연달아 던지며 성난 분위기를 대변했다.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렸다”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순간 최고 시청률이 32%를 웃돌았던 일본이다. 관심이 높았던 만큼 충격도 크다.
WBSC도 당황했다. 경기 후 WBSC 관계자들은 이날 경기에 대한 몇몇 논란에 대해 말을 아낀 채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한 관계자는 “WBSC는 내심 일본의 승리를 바랐을 것이다”라고 짚었다. 일본은 개최국이다. 결승전이라는 클라이막스의 최대 흥행카드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4강에서 탈락함에 따라 결승전 흥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실제 프리미어12 결승전 티켓은 상당 부분이 예매로 팔렸다. 그러나 일본이 3·4위전으로 내려 앉음에 따라 이에 대한 취소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결승 진출, 그리고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던 일본의 충격이 고스란히 대변될 전망이다. 한국이 만든 기적에 대회 전체의 판도가 바뀌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