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집단 ‘멘붕’에 빠졌다. 내심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결승 진출에 실패한 데다 그 과정이 너무 비극적이었다. 내심 한국의 우승을 바라지 않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4강전에서 또 한 차례의 기적을 만들었다. 8회까지 안타 단 1개만을 치는 빈공에 시달렸던 대표팀은 9회 안타 4개와 사사구 2개를 집중시키며 대거 4점을 뽑았다. 마치 9회 역전극을 쓰기 위해 8회까지는 참고 있었나 싶을 정도의 대단한 집중력이었다.
반대로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날 일본 방송의 경기 순간 최고 시청률은 30%를 웃돌았다. 그리고 그 시점은 8회 이후였다. 일본의 승리 확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심리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본이 대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후 일본 취재진은 이례적으로 고쿠보 히로키 감독에게 불편한 질문을 연신 던지며 성난 여론을 간접적으로 대변했다.

이제 일본은 21일 오후 1시 30분부터 미국-멕시코전 패자와 3·4위전을 치른다. 고쿠보 감독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이미 상당 부분 김이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대회 결승전 티켓은 상당 부분이 예매로 팔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이 결승전에 가지 못함에 따라 취소 속출이 예상된다.
3·4위전에서 이겨 유종의 미를 거두더라도 찜찜함은 남는다. 누가 결승전에서 이기든 일본은 안방에서 다른 나라의 우승 세리머니를 봐야 한다. 개최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여기에 출전국 중 최고의 전력으로 12개 팀 중 유일하게 ‘우승’을 목표로 했던 일본이라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이벌 한국이 승리할 경우 허탈감은 배가 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일본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우승 후 도쿄돔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다. 언론 관계자들도 그런 말을 하고, 팬들도 댓글 등을 통해 그런 걱정을 표출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은 2006년 제1회 WBC 당시 일본을 꺾고 에인절 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세리머니로 팬들의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일본도 당시의 굴욕을 똑바로 기억하고 있다. 도쿄돔은 일본 야구의 심장이다. 꼭 태극기 세리머니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우승 세리머니가 도쿄돔에서 이뤄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본으로서는 처음 맛보는 굴욕이다. 일본이 내심 초조하게 결승전을 지켜볼 이유일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
[사진] 도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