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이대호의 두 방, 김인식 예언 적중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20 12: 58

“결국 한 방을 치는 선수는 따로 있다고. 이런 경기는 타율과 상관이 없는 경기야”
‘2015 WSB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4강전을 앞두고 18일 도쿄돔에서 공식 연습에 한창인 대표팀 선수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김인식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의 타율은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는 단기전에서 데이터가 때로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는 베테랑 감독의 경험이 묻어 나오는 전망이었다. 단기전에서는 숫자에서 해결사를 찾기 어렵다는 백전노장의 지론이기도 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승엽을 예로 들었다. 이승엽은 수많은 ‘기적’을 연출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국제대회에서의 전체 성적이 그렇게 빼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진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매섭게 방망이를 돌려 대표팀의 호성적을 이끌었다. 말 그대로 천성이 스타였다. 김 감독도 “사실 이승엽도 2006년 이후로는 전체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부진하다 결정적인 순간 치는 것이다”라고 떠올렸다.

 
그렇다면 당시 김인식 감독이 뽑은 ‘제2의 이승엽’은 누구였을까. 잠시 고민을 하던 김 감독은 “역시 베테랑들이 해줘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이대호의 이름을 가장 먼저 꺼냈다. 김 감독은 “이대호에 대한 마크가 많이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이대호는 김 감독의 당부대로 결정적인 순간 빛나며 한국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사실 이대호의 이번 대회 타율은 그렇게 좋지 않다. 7경기에서 타율은 2할5푼이다. 일본시리즈가 끝난 후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고 손바닥 상태도 여전히 정상은 아니다. 때로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이대호를 계속해서 4번 타순에 배치시키는 등 신뢰를 과시하고 있다. 몇 경기 부진하더라도 결국 결정적인 순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실제 이대호는 이번 대회에서 두 번이나 수렁에 빠진 한국을 구해냈다. 이대호는 예선 두 번째 경기였던 도미니카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7회 결승 투런 홈런을 날려 팀을 구해냈다. 초조하게 끌려가던 대표팀을 구하는 한 방이었다. 이는 대회 전체를 놓고 봐도 의미가 컸다. 일본에 영봉패를 당한 것에 이어 도미니카전에서도 끌려갔던 대표팀 타선의 혈을 뚫는 한 방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홈런이 없었다면 이번 대회 성적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대표팀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평가다.
여기에 일본전에서는 2-3으로 뒤지던 9회 2타점 결승타를 쳐내며 포효했다. 역시 전 타석까지 안타가 하나도 없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의 몫을 한 것이다. 이번 대회 들어 벌써 두 번이나 팀을 구한 이대호가 결승전까지 팀을 잘 이끌며 기분 좋게 휴식에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도쿄돔=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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