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피를 말릴 정도로 힘든 경기였지만, 돌아보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인식 감독이 한일전 뒷이야기들을 전했다.
한국은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있었던 2015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0-3으로 뒤지다 9회초 4득점하며 4-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던 일본을 실력으로 제압한 한국은 이제 우승을 노린다.
20일 도쿄돔에서 타자들의 자율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전날 경기를 돌아보며 "단기전은 페넌트레이스와 다르다. 특히 투수 운영을 똑같이 하면 안 된다"며 차이점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한국은 선발 이대은 이후 여러 투수들을 잘라서 쓰며 실점을 최소화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 감독은 당초 이대은의 투구 수를 60개 정도로 설정했다. 그는 "60개 정도 생각하다가 그 뒤에 문제가 생겼지만 그 전까지는 잘 던졌다. 1점차였으면 일본도 투수 운영이 달랐을 수도 있다. 혹시 계속 (오타니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일본이 1점 차로 리드했다면 호투 중이던 오타니 쇼헤이로 계속 밀어붙였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한국이 1-0으로 패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3점차가 된 뒤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7이닝 동안 85개만 던진 그를 빼고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투입했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불만도 없지는 않았다. 김 감독은 "나도 모르게 벤치에서 소리를 질렀다. 자꾸 소리를 지르니 주심도 자기한테 뭐라고 하는가 해서 계속 돌아보더라"며 웃었다. 그리고 "양의지에게 물어보니 빠진 공도 있지만 들어온 것을 몇 개 안 잡아준 것 같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9회초 오재원, 손아섭 연속 대타 카드가 적중한 것이 승리의 출발점이었다. 김 감독은 "대타가 나온 뒤 연속안타를 맞으니 (일본 벤치가)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고 밝혔다. 고쿠보 감독은 노리모토가 흔들리고 실점한 뒤 마쓰이 유키, 마스이 히로토시를 연달아 냈지만 한국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고 드라마는 거기서 완성됐다. /nick@osen.co.kr
[사진] 도쿄돔=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