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쌔릴 줄 알았다."
지금은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이지만, 한국 대표팀 내야수 이대호는 롯데팬들이 가장 사랑한 선수였다. 19일 이대호가 적지 도쿄돔에서 일본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순간, 대만 타이난 롯데 캠프도 들썩였다.
19일 밤 롯데 선수들은 어김없이 야간훈련을 하기 위해 숙소 앞에 모였다. 이날 야간훈련 일정은 웨이트 트레이닝, 그리고 수영이었다. 투수들이 섀도피칭을 하는 곳에도, 야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곳에도 한일전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몇몇 선수들은 장재영 트레이닝 코치의 지시도 듣지 못하고 TV에 눈을 고정시켰다.

결국 이대호가 역전타를 날리고, 한국은 4-3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한국 대표팀에 롯데는 4명의 선수를 보냈다. 대표팀 최고참 투수 정대현과 포수 강민호, 내야수 황재균, 외야수 손아섭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모두 '도쿄대첩'으로 명명된 프리미어12 4강전에서 활약을 펼쳤다. 정대현은 4-3으로 앞선 9회말 등판, 타자 2명을 처리하면서 일본의 마지막 저항을 봉쇄했다. 강민호도 9회말 대수비로 투입돼 정대현-이현승을 리드하면서 승리를 지켜냈다. 황재균은 9회말 2사 1루 나카무라 다케야의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깔끔하게 숏바운드로 처리, 1루에 송구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확정지었고 손아섭은 9회초 무사 1루에서 대타로 나와 안타를 날려 역전극의 서막을 열었다.
타이난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롯데 선수단은 20일 가오슝 리더 구장을 찾아 대만 상비군(군인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경기장에 도착한 선수들도 다들 전날 대표팀의 경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대표팀 선수들은 국민들뿐만 아니라 야구 선수들에게도 영웅이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소속 선수들의 활약에 뿌듯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말로는 "재균이가 거기(9회초 1사 만루)서 안타 하나 때렸어야지 그것도 못 하냐"고 했지만 절묘한 수비가 없었다면 한국은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정대현은 조 감독에게 일본으로 떠나며 '잘 싸우고 오겠다'고 따로 연락을 했는데, 이번 경기로 약속을 지켰다.
19일 '도쿄대첩'은 롯데의 마무리훈련 캠프를 잠시 흔들어놨다. 물론 긍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롯데 선수들도 야구팬들과 마찬가지로 경기 하나에 큰 힘을 얻고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