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잔치 준비하는 배장호 "쳐라, 과감하게 던진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1.20 18: 21

정규시즌을 8위로 마감한 롯데 자이언츠지만, 분명히 빛나던 순간이 있었다. 6월 이후 성적이 급락했던 롯데는 8월 말부터 반등의 조짐을 보였고, 9월 초 연승을 달리면서 5위 자리까지 치고 나갔다. 비록 다시 연패에 빠지면서 순위 싸움에서 밀렸지만, 롯데 선수들에게 연승을 거뒀던 기억은 내년 시즌 자신감을 갖게 한다.
연승을 달리던 시기, 숨은 공신 중 한 명은 사이드암 투수 배장호(28)다. 1군에서는 4월에만 잠시 2경기에 나온 뒤 줄곧 상동에 머물던 배장호는 7월 말 잠시 1군에 왔다가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롯데는 선발투수가 부족했고, 5선발 요원으로 배장호를 발탁해 다시 1군으로 불렀다. 배장호는 8월 28일 넥센전에서 5⅓이닝 3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이후 9월 3일 KIA전, 9일 SK전에서 연거푸 4⅔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물론 선발투수로 만족할만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롯데에는 '5이닝 3실점'이라도 해줄 선발투수가 반드시 필요했다. 배장호는 140km가 넘지 않는 공을 대담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으면서 빠른 템포로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비록 2015년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2패 평균자책점 6.59로 마무리했지만, 선발투수로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
지금 배장호는 타이난 스프링캠프에서 떨어지는 공을 연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장호는 "감독님께서 떨어지는 공을 주문하셨다. 이 부분은 나도 느끼고 있던 과제였다. 그래서 대만에 올 때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자는 계획을 갖고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사이드암 투수의 천적은 좌타자,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떨어지는 변화구가 필수다.
작년 배장호는 선발로 나올 때마다 과감한 정면승부로 눈길을 끌었다. 비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한 달 가까이 구멍난 선발진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배장호는 "기존의 자세를 버리고 변화를 택했다. 구동우 코치님과 새로운 폼을 3~4개월간 연습 중이었다. 기존 내 자세는 딱딱하고 투박했었다. 힘을 빼고 간결하게 하는데 중점을 뒀다.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결과가 괜찮았다. 지금 모습을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앞으로 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장호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다. 투수들은 140km 언저리의 공을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던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자신의 공에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배장호는 강한 공이 아니지만, 자신의 공을 믿고 가운데 던진다. 바로 동료들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팀메이트로서 동료들을 100% 믿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원래 '쳐라'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던진다. 하지만 내가 이런 자세로 던진다는 것을 잘 모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부터 '쳐라'고 던지지만, 오히려 상대하는 타자들은 잘 몰랐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배장호는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고 작년 자세를 바꿀 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투구하고 있는지 상대나 팬들이 겉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변화의 포인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배장호는 선발투수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배장호는 "새 감독님께서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선수들을 새롭게 보시는 시기기 때문에 작년에 좋았던 모습도 소용없다. 지금은 항상 해오던대로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경쟁에 돌입했는데, 배장호에게 이러한 경쟁은 이제 익숙하다.
내년이면 배장호는 한국 나이로 서른살이다. 더이상 유망주가 아니다. 기량을 꽃피울 나이다. 목표는 무엇일까. 배장호는 "첫번째 목표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 고원준을 비롯해 군 복귀 선수와 부상 회복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롯데다. 그는 "내 마음속에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지만 지금은 헤쳐나가야할 단계가 너무 많기 때문에 속으로만 간직하고 싶다"며 웃었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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