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결승전에서 리턴매치를 갖게 될 미국이 검증된 투수를 결승전에 내는 대신 투수가 가질 수 있는 좋은 무기를 선택했다. 바로 '생소함'이다.
미국은 2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멕시코를 6-1로 꺾었다. B조 예선에서 한국에 승리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던 미국은 8강과 4강을 거쳐 결승까지 올랐다. 우승을 놓고 다툴 팀은 전날 일본을 누른 한국이다.
미국이 올라올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20일 대표팀의 자율 타격훈련을 지켜본 김인식 감독은 미국과 멕시코 중 결승 상대로 누가 편하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투수력이나 공격력 모두 멕시코가 미국보다는 약한 것 같다"며 멕시코와 붙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이 결승에 오를 경우 한국과 만날 선발투수로는 조별예선에서도 상대했던 제크 스프루일을 예상했다. 스프루일은 대만에서 있었던 조별예선 당시 한국 타선을 상대로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150㎞에 육박하는 포심 패스트볼과 함께 다양한 구종, 제구력 모두 합격점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뜻밖의 선택을 했다. 스프루일을 결승전이 아닌 준결승전에 투입했다. 스프루일은 멕시코 타선을 6이닝 1실점으로 잘 막았고, 그의 호투를 앞세워 미국은 승리할 수 있었다. 준결승에서 이겨야 결승까지 갈 수 있기에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미국으로서는 한국전에 쓸 좋은 투수 하나를 이미 사용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대표팀으로서는 호재를 만난 격이다.
대표팀의 이순철 타격코치는 이에 대해 "아무래도 우리가 상대하지 않았던 투수를 내보내기 위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일반적으로 투수와 타자가 처음 만나면 투수가 유리하다. 이 코치 역시 이에 동의했다. 미국은 멕시코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투수 기용을 통한 '낯설음'이라는 무기를 한 번 더 활용하기 위해 스프루일을 한국과의 결승전에 붙이지 않았다. /nick@osen.co.kr
[사진]스프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