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졸속 대회, 亞 잔치? 프리미어12 반쪽 오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21 10: 20

“솔직하게 이야기해 사실 큰 관심은 없다. WBC와도 다르다”
20일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과 멕시코의 ‘2015 WBSC 프리미어12’ 4강전을 앞두고 미국 측의 한 언론 관계자는 경기 시작 전 미국이 이번 대회를 생각하는 위상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사실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 잘 소개되지도 않는다. 결승에 간다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야구 월드컵을 대체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대항마를 자처한 ‘WBSC 프리미어12’가 이제 대단원을 향하고 있다. 21일 일본과 멕시코와의 3·4위전,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대회 결승전까지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첫 대회임을 고려해도 많은 부분에서 미숙함이 드러났다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대회가 종료될 판이다. 대회 운영의 문제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오히려 ‘관심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MLB 사무국이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포함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불허하면서 참가국 모두가 제대로 된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은 더블A와 트리플A 등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수준급 메이저리거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도 힘이 다 빠졌다. 그러다보니 대회의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수준 저하는 흥행에 직결됐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그나마 흥행에 성공한 것은 사실상의 개최국이자 주최국인 일본을 비롯, 한국과 대만까지 아시아 3개국에 불과하다. 일본은 한국과의 4강전 순간 시청률이 32%, 평균 시청률이 25%에 이르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는 자평을 내리고 있다. 대만은 역대 최고 시청률을 찍었고, 한국도 4강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도 공중파와 케이블 채널을 포함해 꾸준히 13%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 주관 방송사인 SBS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고 본다”라며 결승전 시청률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나머지 9개 나라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대회를 치르고 돌아간다. 국제대회에 출전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정도다. 관심도 별로 없었다. 그나마 미디어 환경이 발달된 미국조차 이번 도쿄돔에 찾아온 취재진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미국도 이러한데 다른 나라의 사정은 더 열악했다. 중남미와 유럽 국가에서 프리미어12의 기사를 찾으려면 한참의 시간이 걸릴 정도다.
그럼에도 WBSC 측은 태평하다. WBSC 측은 이번 대회 흥행에 대해 “성공적이다”라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한·일전 흥행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WBSC 측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야구와 소프트볼이 부활할 경우 2019년 대회부터는 올림픽 예선을 겸해 프리미어12를 치른다는 생각이다. 이 경우 더 많은 흥행 요소를 갖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참가국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으며 야구 변방국의 선수들은 ‘조커’로 출전시키는 방안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00% 전력을 꾸리지 못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대회 성장이 요원하다는 시작 전 전망은 그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된 것은 “특정 지역에서만 인기가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인기를 가진 스포츠는 아니다”라는 이유다. 이번 프리미어12는 그것을 극복하기는커녕 한계만 그대로 보여줬다. 다음 대회에서는 WBSC가 어떤 대책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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