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패배의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한국과의 4강전에서 굴욕의 대역전패를 당한 일본 선수들이 망연자실한 기분 속에 3·4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주축 선수들의 ‘음주 스캔들’까지 겹치며 애를 먹고 있다.
‘2015 WBSC 프리미어12’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일본은 19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과의 4강전에서 3-4로 역전패하며 주저앉았다. 9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3-0으로 앞서고 있어 승리를 확신했던 일본이지만 9회 계투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는 등 한국의 파도에 휩쓸려 그대로 침몰했다. 일본은 21일 오후 1시부터 멕시코와 3·4위전을 치러야 하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패배 후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했던 고쿠보 히로키 감독부터가 아직 패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고쿠보 감독은 20일 도쿄돔에서 열린 공식 연습 중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는 잠이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의미였다. 7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지만 팀의 패배를 물끄러미 바라만 봐야 했던 오타니 쇼헤이도 “분하다”라는 말로 허탈감을 대변했다.

고쿠보 감독은 19일 패배 후 “모든 것은 감독의 잘못이다. 비록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팬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자”라고 선수들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이 손에 잘 안 잡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만큼 충격적인 역전패였고 ‘우승’이라는 동기부여가 사라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팀의 주축 타자인 야마다 테쓰토(야쿠르트)는 20일 인터뷰에서 “9회에 흐름이 완전히 한국 쪽으로 갔다. 같은 1경기라고 하더라도 시즌과는 피로도가 완전히 달랐다. 야구는 정말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19일 기자회견부터 일본 언론에 호되게 당한 포수 시마 모토히로(라쿠텐) 또한 “정말 억울하다. 9회 노리모토의 상태는 평상시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찌됐건 리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책임”이라고 자책했다.
한국전에서 2경기 모두 맹활약한 히라타 료스케(주니치)는 “끝이 아니다. 3·4위전은 일장기를 짊어지고 치르는 마지막 경기다. 그에 걸맞은 경기를 하고 싶다”라며 아쉬움을 털어내려 애썼다. 니시 유키(오릭스)는 “분하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함께 하고 싶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일본 선수들은 20일 공식 훈련에도 모두 무거운 얼굴로 말을 아끼는 등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 오노 유다이(주니치), 마에다 겐타(히로시마), 아키야마 쇼고(세이부)가 지난 12일 도미니카와의 경기가 끝난 뒤 대만 한 유흥지역의 나이트클럽에서 자정까지 술을 마신 것이 대만 언론에 보도되며 또 하나의 악재가 겹쳤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일본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