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역전승에 야구 대표팀의 모든 선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커튼을 내린 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선수들도 있었다. 지금까지의 활약이 썩 좋지 않은 몇몇 선수들이 그렇다. 이제 만회할 수 기회는 딱 한 번이다. 명예 회복과 함께 팀의 우승을 함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과의 ‘2015 WBSC 프리미어12’ 4강전에서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만한 대역전승을 거둔 야구 대표팀은 20일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며 21일 열릴 결승전에 대비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자율적으로 진행된 훈련에는 일부 선수들이 나와 사실상의 특타 형식으로 몸을 풀었다. 김현수 민병헌 나성범 황재균 허경민이 이날 훈련에 참가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선수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김광현이었다.
이날 투수들은 전원 휴식이 예고되어 있었다. 그러나 김광현만 경기장에 나와 묵묵히 러닝과 가벼운 훈련을 하며 몸을 풀었다.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간의 부진을 떨쳐내려는 몸놀림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김광현은 이번 대회 들어 썩 좋은 성적이 아니다. 8일 일본과의 개막전에 나섰으나 2⅔이닝 동안 5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끝내 패전투수가 됐다.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15일 미국전 또한 4⅓이닝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2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5.14다.
아주 못한 경기도 아니었다. 일본과 미국이라는, B조에서 가장 강한 상대와의 경기에 나섰기에 손해를 봤다고 볼 수도 있다. 반대로 기대치를 채웠다고 보기도 다소 어려웠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성적이 따라오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 여건. 그러나 김광현은 남 탓을 하지 않고 조용히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 20일 훈련 참가는 상징적이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용규는 18일 4강전을 앞두고 도쿄돔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베팅볼 투수를 자청했다. 이번 대회 초반 복통으로 컨디션이 크게 떨어진 이용규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7경기에서 타율은 1할6푼7리로, 규정타석을 채운 대표팀 타자 중 가장 낮다. 이에 역시 비판 여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 관계자는 “스스로도 힘든 상황인데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돋보인다. 스스로도 기분 전환을 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20일 경기에는 김현수 민병헌 황재균 등 주축으로 나서 체력적으로 다소간 힘이 부치는 선수들도 훈련장에 나왔다. 휴식을 취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었지만 휴식일에 들뜨지 않기 위해 훈련을 자청했다. 19일 4강전에서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던 김현수는 열심히 배트를 돌리며 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진지한 자세로 훈련 시간을 모두 채웠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지만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런 노력이 결승전에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땀이 배신하지 않는다면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