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인 성적만 놓고 보면 그렇게 빛나는 선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팀이 한곳에 똘똘 뭉쳐 결승까지 올랐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격언을 프리미어12에서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최고의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두 번째 설욕전에 나선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 극적인 대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선착한 한국은 이제 21일 미국과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을 놓고 겨룬다. 일본을 꺾고 최고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방심은 이르다. 더블A, 트리플A 선수들 위주로 팀을 짠 미국이라고 해도 결코 만만치 않다. 당장 한국은 예선 B조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미국에 2-3으로 졌던 기억이 있다.
개인 성적만 놓고 보면 오히려 미국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개인 성적표 상위권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맷 맥브라이드는 이번 대회 들어 5할6푼3리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브렛 필립스(.353), 아담 프레이저(.333), 브렛 아이브너(.294) 등 타격감이 좋은 선수들이 더러 있다. 투수진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던 제럿 그루브, 제크 스프루일이 한국과의 결승전에 대기할 수 없다는 게 다행이지만 한국전 선발로 예고된 잭 세고비아도 2경기에서 11이닝을 던지며 0.8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정근우(.310)를 제외하면 3할 타자가 하나도 없다. 마운드에서도 차우찬(평균자책점 1.00) 장원준(2.31) 이대은(3.24) 정도가 눈에 띄는 성적이다. 그럼에도 결승까지 오르며 저력을 발휘했다. 역시 조직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는 결론이다. “떨어지는 전력은 팀워크로 만회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던 김인식 감독의 대회 전 다짐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그간 한국을 대표했던 선수들의 불참, 그리고 점진적으로 이뤄진 세대교체 등으로 분위기와 경험 모두에서 쉽지 않은 대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기우였다. 선배들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준 덕에 대표팀 경력이 없거나 적었던 선수들도 금세 ‘팀 코리아’에 녹아들 수 있었다. 조직력이라는 것은 한 곳만 구멍이 나도 물이 줄줄 샐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한 유대감으로 묶인 대표팀은 피곤한 상황에서도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두 번 질 수는 없다”라는 강한 정신력도 4강에서 일본을 꺾는 밑바탕이 됐다. 단순히 한·일전의 특성을 넘어, 반드시 설욕한다는 의지가 9회의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선수들이 영웅이 되려는 장타보다는 짧게짧게 끊어 치는 팀 배팅으로 뒷타자에게 기회를 이어줬다. 이 또한 팀워크다.
이제 대표팀은 두 번째 설욕전에도 도전한다. 대표팀은 미국에게 아쉬운 패배를 당한 경험이 있다. 연장 10회 승부치기 상황에서 잘 버티는 듯 했으나 명백한 오심 탓에 1점을 내줬고 결국 만회하지 못했다. 그 탓에 B조 3위로 떨어졌던 기억이 있다. 이에 대표팀 선수들도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마지막 한 경기에서 최선을 당해 당시 패배를 설욕하고 팬들에게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우승’이라는 값진 선물을 한다는 각오다.
실제 대표팀 선수들 중 일부는 휴식을 반납하고 20일 미국과 멕시코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삼오오 경기를 지켜보며 미국의 특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치의 방심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노력과 의지가 모여 결승전에서도 팀 코리아의 위대함을 떨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