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몇 년동안 상위지명 선수들의 야수 전향이 잦았다. 이승엽이나 나성범처럼 야수로서의 재능을 포기할 수 없어서 바꾸는 게 아니라, 한자리에 정착하지 못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선수들이 더 많았다.
롯데 좌완투수 김유영(21) 역시 올해 잠시 방망이를 잡았다. 경남고 에이스 출신 김유영은 2014년 롯데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입단 첫 해에는 1군에 잠시 나와 5경기에서 7⅔이닝을 소화,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87을 기록했다.
올해는 투수보다 타자로 출장한 시간이 더 많았다. 1군에서 한 번도 나오지 못했는데, 대신 퓨처스리그에서 투수로 5경기동안 3이닝 10실점, 평균자책점 30.00으로 무너졌다. 그래서 김유영은 8월 이후 타자로 전향했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13경기 타율 3할1푼3리 1홈런 8타점, 나쁘지 않았다.

원래 김유영은 고교시절 투타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종운 전 감독은 경남고에서 김유영을 직접 지도했기에 투수로 어려움을 겪자 타자로 출전하도록 유도했다. 다행히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김유영은 이번 마무리훈련부터 다시 투수로 전향했다.
방망이를 놓은 김유영에 대해 주형광 투수코치는 "작년에 워낙 힘들어하니 (이종운) 감독님이 잠시 외야수를 시켜보라고 하셨다. 공을 던지는 데 지금은 아픈 곳이 아무데도 없다. 이제는 다시 투수로 돌아왔으니, 본인도 절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김유영은 다시 투수로 감을 되찾고 있는 중이다. 실전경기를 통해 타자와 싸울 때 필요한 투쟁심과 감각을 깨우치고 있다. 일단 한 번 다른 길을 갔지만, 원래 길로 돌아온만큼 이번에는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김유영은 "작년 팔꿈치가 안좋아 재활군에 갔을 때 잠시 타자를 겸했다. 하지만 그때도 투수를 그만둘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야수로 완전히 전향하기 위한 게 아니라 다른 문을 잠시 노크해본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각오도 대단하다. 김유영은 "내가 투수로 선수생활을 할 수 없다면 유니폼을 벗겠다는 각오다. 좋은 투수가 될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프로 2년 차, 2년 동안 많은 일을 겪었던 김유영이 내년에는 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인가.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