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우승] 위기의 결승전 흥행, 한국이 살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21 22: 40

도쿄돔을 가득 메웠던 4만 명의 관중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본의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이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대회의 하이라이트라는 결승전은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흥행 참패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그것도 '일당백' 한국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1일 도쿄돔은 대낮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본과 멕시코의 ‘WBSC 프리미어12’ 3·4위전을 관전하기 위해 많은 팬들이 도쿄돔을 찾았기 때문이다. 비록 한국과의 4강전에서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해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한 일본팬들의 열정은 전혀 식지 않았다.
3·4위전에는 관중석에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한국과 일본의 4강전 당시 관중수는 4만258명이었다. 5만 명도 수용이 가능한 도쿄돔이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수용 규모를 줄인다. 약 2000석 정도를 제외하면 가득 찼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이날 집계된 공식 관중은 4만411명이었다. 3,4위전을 뛰어 넘는 대회 최고 수치였다.

일본 대표팀도 대포를 펑펑 터뜨리며 도쿄돔을 찾은 일본 팬들에게 화끈한 팬서비스를 한 끝에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고 3위를 확정지었다. 하지만 일본의 경기가 끝나자 팬들은 마치 이날 더 이상 일정이 없는 것처럼 퇴장 발걸음을 재촉했다. 근처 도쿄돔시티의 쇼핑 시설이나 테마파크로 향하는 길목에는 팬들로 북적였다.
경기장 바깥이 많은 인파로 가득 찬 반면 도쿄돔은 결승전 분위기를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미국 팬들이 자리를 잡고 목소리를 높여 응원을 했지만 3·4위전 관중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파란색 좌석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잠시 자리를 떴던 일본 관중들이 경기 개시 시점을 앞두고 일부 경기장을 다시 찾아 아주 썰렁한 분위기를 넘긴 것이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날 도쿄돔을 찾은 많은 한국팬들이 경기 분위기를 주도하며 최악의 경우를 막았다. 일본에 거주하는 팬, 혹은 이번 대회를 보기 위해 일본을 찾은 원정 응원 팬들이 목소리를 높여 응원을 주도해나갔다. 아주 열광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는 역부족이었지만 미국 팬들에 비해서도 수가 훨씬 더 많았다. 태극기도 많이 눈에 띄었으며 심심찮게 '대한민국'의 구호를 들을 수 있었다. 일본 팬들은 오히려 미국을 응원했지만 한국 팬들의 열기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파도타기 응원까지 나오는 등 한껏 흥을 냈다. 응원의 힘을 얻은 한국은 8-0의 완승을 거두며 대회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다만 결승전 방식은 다소간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결승전 흥행 실패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는 했다. 아마 다른 나라에서 개최했어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더 썰렁한 결승전이었고 미국이 탈락한 WBC 결승전과 비교해도 열기는 싸늘해보였다. 여기에 일본 현지도 결승전 생중계를 포기함에 따라 일본에서 프리미어12 결승전은 매우 보기 힘든 대회가 됐다. 여기에 3.4위전 티켓 소지자들이 관람을 포기하면서 정작 결승전 관람을 원했던 많은 팬들은 티켓을 구할 수 없는 부분도 문제가 됐다. /skullboy@osen.co.kr
[사진] 도쿄돔=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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