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스타였다. 마지막,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 대활약하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마지막 퍼즐들의 맹활약은 대회 우승으로 이어졌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투·타에서의 완벽한 조화를 앞세워 8-0으로 이기고 초대대회 우승을 확정지었다. 고된 일정, 그리고 부상 악령 등 여러 가지 악재를 이겨낸 성과이기에 더 값졌다.
결승전에서는 그간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선수들이 대활약하며 팀을 이끌었다. 선발 김광현, 2번 타자로 출전한 중견수 이용규, 그리고 타율이 저조했던 KBO 홈런왕 박병호였다. 이 세 선수까지 맹활약한 대표팀은 더 이상 약점이 없어 보였다. 완벽한 승리의 밑거름이었다.
세 선수 모두 마음고생이 심했다. 김광현은 이번 대회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5.40에 그쳤다. 두 차례 선발 등판했지만 공교롭게도 등판 때마다 팀이 졌다. 스스로도 자책감이 있었다. 잔부상을 안고 뛰며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던 이용규와 박병호는 타율이 떨어졌다. 박병호는 1할9푼2리, 이용규는 1할6푼7리였다. 박병호는 장타 페이스가 예상보다 더뎠고 이용규는 나가지 못하다보니 활발한 주루 플레이라는 장점도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한 결승전이었다. 김광현은 20일 열린 자율훈련에 팀 투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나와 땀을 흘렸다. 이용규는 19일 연습 때 배팅볼 투수를 자처하며 팀에 공헌함과 동시에 머리를 비워내려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박병호도 21일 경기 전 “반드시 잘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각오는 물론 어느 정도의 부담감도 내비쳤다.
그러나 역시 스타는 결정적인 순간 강했다. 선발 김광현은 5이닝 동안 4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에 든든한 발판을 놨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최고 구속은 평소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완급조절로 만만치 않은 미국 타선을 틀어막았다. 타선이 빛난 하루였지만 경기 초반 분위기를 우세하게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은 김광현의 호투도 큰 밑거름이었다.
이용규는 1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이날의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내며 오래간만에 웃었다. 3회에는 볼넷, 4회에는 몸에 맞는 공, 8회에는 우전안타로 출루하는 등 총 4번이나 살아 나가며 중심타선에 기회를 연결했다. 박병호는 4-0으로 앞선 4회 2사 2,3루에서 파운더스의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장쾌한 좌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모두 결승전 승리의 수훈갑들이었다. 이들은 마지막에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도쿄돔=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