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우승]기적과 투혼...2015 도쿄전설 잊지 않겠습니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5.11.21 22: 42

도쿄의 전설이 쓰여졌다.
한국은 21일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선발 김광현의 눈부신 호투와 박병호의 스리런포를 앞세워 8-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대회 첫 정상에 등극하며 한국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했다.
프리미어 12 대회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이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야구소프트볼 종목 부활을 위해 야심찬 작품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주도하면서 여러가지 잡음이 벌어졌다. 일정과 심판배정이 모두 일본을 위주로 돌아갔다.

한국은 흥행을 위해 일본과 삿포로돔에서 개막전을 벌여야 했다. 개막전에서는 오타니 쇼헤이의 괴물투구에 막혀 0-5로 완봉패를 당하며 힘겨운 첫 출발을 했다. 더욱이 한국에서 삿포로로 건너갔고 다시 대만으로 이동해 예선리그를 벌여야 했다.
도미니카를 10-1로 가볍게 제압하고 첫 승을 낚은 한국은 베네수엘라를 13-2로 꺾고 2연승을 거두었다. 이어 멕시코를 4-3으로 힘겹게 누르고 8강행을 확정지었다. 미국에는 심판의 오심으로 2-3으로 무릎을 꿇었고 조 3위로 8강전에 진출했다.
지면 끝장인 토너먼트 대회에서 한국은 강했다.8강전인 아마 최강 쿠바를 7-2로 가볍게 눌렀다. 4강전은 대회 최강으로 꼽힌 일본이었다. 일본은 도쿄돔 안방에서 화려한 초대 챔피언을 꿈꾸웠다. 또 다시 괴물 오타니 쇼헤이가 등판하기 때문에 승산이 낮았다. 실제로 오타티에게 7회까지 단 1안타에 11삼진을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러나 기적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의 바뀐투수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상대로 9회초 대타 오재원과 손아섭의 연속안타로 기회를 잡았다. 정근우가 3루 선상을 빠지는 2루타로 첫 득점을 올렸고 이용규의 사구, 김현수의 밀어내기에 이어 이대호의 역전 2타점 적시타가 기적처럼 이어졌다.
9회에는 정대현과 이현승이 일본의 마지막 공격을 차단하고 역전극을 마무리지었다. 결승전에서 만난 미국은 기세등등한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초반부터 몰아쳤고 2-0으로 앞선 4회 박병호의 스리런포 등 5점을 뽑아 승부를 결정지었다. 예선리그 3승2패, 토너먼트 3승으로 대회 첫 챔피언에 등극한 것이다.
이대호는 일본전 역전타로 국가대표 해결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정근우는 역시 큰 경기에서 강했고 오재원과 손아섭은 결정적인 대타 활약으로 기적을 만들었다. 김현수는 세계 무대에도 손색이 없는 타격으로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모았다. 박병호도 결승전 스리런포로 예비 메이저리거의 힘을 과시했다.
특히 11경기에서 19점만 내준 마운드는 빛났다. 확실한 선발투수는 없었지만 벌떼야구와 치밀한 계투책으로 정상에 올랐다. 차우찬, 정대현, 이현승의 불펜트리오를 앞세운 지키는 야구는 세계무대를 평정하는 결정적인 견인차 노릇을 했다. 선동렬 코치의 마운드 운용은 우승의 힘을 제공했다. 
국민감독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도 명불허전이었다. 위기에서 침착하게 선수들을 이끌었고 기적으로 일으켰다. 현장을 떠난지가 오래됐는데도 실수가 없는 용병술로 한국팀을 이끌었다. 특히 일본에 막혀 2006년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에 그쳤던 한을 풀고 국제대회 우승감독으로 우뚝 섰다.  
우승 과정에서 28명의 대표선수들은 혼연일체가 되었다. 4강전에서 일본대표팀이 낙승의 자만에 휩싸여있을때 한국 선수들은 물러서지 않고 9회 역전의 드라마를 썼다. 태극마크를 달면 모두가 하나가 된다는 역사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28인의 전사가 쓴 2015 도쿄 신화는 한국야구 역사에 찬란한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sunny@osen.co.kr
[사진]도쿄돔=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