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대표팀이 미국을 8-0으로 꺾고 우승을 이룬 21일 밤. SBS 특별 해설을 맡았던 '국민타자' 이승엽(삼성)과 전화 통화가 닿았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우승의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대표팀은 감독 선임부터 선수단 구성까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8일 일본과의 개막전서 완패를 당한 뒤 비관론이 대세를 이루는 듯 했지만 여러 난관을 헤쳐 나가며 초대 대회의 주인공이 됐다.

이승엽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회를 앞두고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는데 보란듯이 우승했으니 과거 대회보다 우승의 의미는 더욱 큰 것 같다. 아주 대단하다. 한국 야구가 이만큼 발전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이어 "일본과의 첫 대결에서 패했지만 선수들의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았고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제 컨디션을 되찾았다. 한 두 경기를 이기는 건 운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국제 대회 우승은 운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선수들이 실력도 뛰어났고 팀워크 또한 탄탄했다. 역시 우리 대표팀은 하나로 뭉치면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이런 게 바로 우리나라 야구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의 일원이 아닌 특별 해설위원 자격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기분은 어땠을까. "중계 부스에서 경기를 보면서 뜻대로 풀리지 않을때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잘할때는 온 몸에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선수 시절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선수로 뛸땐 기쁘고 감격스러웠다면 위에서 보니 뿌듯하고 후배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이승엽이 바라보는 최고의 순간은 언제 일까.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19일 일본과의 준결승전을 꼽았다.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의 완벽투에 압도당해 8회까지 0-3으로 끌려 가던 대표팀은 9회 뒷심을 발휘하며 4-3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8회까지 0-3으로 끌려 가는 걸 보면서 '분위기가 이대로 넘어가면 안되는데 큰 일이다'고 걱정했었는데 4-3으로 뒤집는 걸 보면서 역시 대단하단 걸 느꼈다. 일본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를 이긴다는 건 아주 대단한 일이다. 모든 불리한 조건을 다 이겨내고 우승했으니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한국 대표팀은 정말 강하다". 2004년부터 8년간 일본 무대에서 뛰었던 이승엽은 일본 야구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그는 "대표팀은 하나로 뭉치는 힘이 대단하다. 그러한 단결력을 바탕으로 포기하지 않고 우승의 쾌거를 이룬 게 아닐까. 정규 시즌과 국가 대표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현역 선수 신분이지만 특별 해설을 맡게 돼 유니폼이 아닌 양복을 입고 일본 야구계의 호평을 들으니 아주 뿌듯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표현한다. 김인식호가 숱한 역경을 딛고 우승의 쾌거를 이뤘기에 그 감동은 배가 될 듯. 이만 하면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구도 그렇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려울때 더욱 힘을 낸다. IMF 위기에서도 그러지 않았나. 힘들때 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나온다. 역시 강하다"는 게 이승엽의 말이다.
우승 못지 않게 성공적인 세대 교체도 수확 가운데 하나다. 이승엽은 "과거에는 쿠바와 맞붙으면 콜드 게임으로 지거나 점수를 내기 힘들었다. 2000년대 들어 격차를 줄이기 시작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성적이 모든 걸 말해준다. 우리는 분명히 강해졌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what@osen.co.kr
[사진] 도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