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위협적인 선수였다.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국의 우승으로 끝난 ‘2015 WBSC 프리미어12’ 미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윌리 랜돌프(61) 감독은 화려한 현역 경력은 물론 풍부한 지도자 경력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현역 시절 6차례나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에 선정된 2루수 출신인 랜돌프 감독은 1994년부터 코치 생활을 시작해 2011년까지 지도자로서 MLB에 몸을 담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뉴욕 메츠의 감독으로서 서재응(KIA)을 휘하에 두기도 했다.
그런 랜돌프 감독의 눈에 들어온 한국 선수가 있었다. 역시 박병호(29)였다. 지난 20일 멕시코와 준결승서 이긴 뒤 기자회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한국 선수로 박병호를 뽑은 랜돌프 감독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 대회 들어 성적이 썩 좋지 않았지만 21일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며 진가를 과시했다. 4-0으로 앞선 4회 2사 2,3루에서 미국 두 번째 투수 파운더스의 공을 그대로 받아쳐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홈런을 날렸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한 방이었다.

설사 타율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상대의 긴장을 불러 모으는 선수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현장 지도자들은 “잘 맞지 않을 때도 어느 순간 ‘위험하다’라는 직감이 들기도 한다”라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아우라고, 그것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스타다. 랜돌프 감독에 의하면 박병호는 그런 선수다. 랜돌프 감독은 21일 결승전 후 “어제 경기 후에도 이야기를 했듯이 박병호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아주 위협적인 선수였다”라고 극찬했다.
랜돌프 감독이 박병호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리는 만무하다. 기록을 보긴 했지만 얼굴도 모르는 상황에서 실제 어떤 선수인지는 연관을 짓기가 어렵다. 그러나 랜돌프 감독은 직감적으로 그 엄청난 기록의 선수가 박병호임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랜돌프 감독은 “타석에만 서 있어도 ‘아, 저 선수구나’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라면서 “포스팅에서 미네소타의 입찰을 받았던 것으로 안다. 그것은 전혀 의외의 일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박병호가 MLB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슈퍼스타 출신이자 지도자 경력도 풍부한 랜돌프 감독의 눈에도 충분히 MLB에서 뛸 자격이 있음이 대번에 보인 것이다. 랜돌프 감독은 “물론 MLB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할 수는 있다”라면서도 “박병호는 정말 훌륭한 타자다”라며 칭찬과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프리미어12의 마무리를 잘 지은 박병호는 이제 휴식과 함께 본격적인 개인 협상 전술을 짤 것으로 보인다. 포스팅의 경우 포스팅 금액과 연봉이 대개 연동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파격적인 금액이 나오기는 어렵다. 결국 계약 기간, 옵션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MLB 진출을 앞두고 있는 박병호가 2015년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