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게 부럽다”
‘2015 WBSC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하며 명장 경력에 트로피 하나를 더 추가한 김인식(68) 야구 대표팀 감독은 대회 우승에도 크게 들뜨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그의 얼굴과 어투에서는 ‘우승팀 감독’보다는 ‘한국 야구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야구 원로’의 색이 더 강해보였다. 이번에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방심하고 안주하면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로 분발을 촉구했다.
이번 프리미어12는 MLB 선수들이 빠져 전체적인 대회 수준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우리도 부상 선수들이 많아 최정예 전력을 꾸리지는 못한 것은 있지만 더블A, 트리플A 선수들이 주축이 된 미국을 대파했다고 해서 우리 위상이 크게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전반적인 경기 내용에서 우세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우승은 충분히 즐겁고 칭찬받아야 할 일이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한국 야구의 어두운 곳도 없지는 않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김인식 감독도 대회 준비 과정부터 이런 점을 끊임없이 지적했다. 야구 원로의 걱정이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 후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것이 부럽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예전에 비해 많이 좁혀지기는 했지만 한·일 투수력의 차이는 여전히 있다는 게 백전노장의 진단이다.
김 감독은 “국제 대회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는 짧게 끊어 위기를 면한다”라고 했다. 어쩌면 벤치의 용병술이 선수들의 부족한 점을 만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단기전에서는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전체적인 체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실제 한국은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이후 몇 년째 리그를 압도할 만한 특급 선발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특급 유망주 평가를 받았던 선수들은 고교 시절의 혹사로 수술대에 오르거나 성장세가 더디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김 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선발 투수의 힘이었다.
반면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젊은 투수들을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그러다보니 경험이 부족해 한국전에서 역전패를 당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선수들이 150㎞대의 빠른 공을 던지며 생생한 어깨를 자랑했다. 그렇다고 마냥 어린 나이만 보고 뽑은 것도 아니었다. 리그에서 충분히 실적을 보여준 선수들이었다. 단적으로 오타니 쇼헤이(21, 니혼햄)의 등장한 한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번 일본 대표팀 투수들 대부분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최전성기에 이른다. 한국과는 다른 점이다.
김 감독은 “오늘도 미국의 외야 송구가 굉장히 부러웠다. 우리 야수들도 제대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송구 능력을 갖춰나가야 한다. 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프리미어12 우승은 값진 성과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더 멀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결승전 후 김인식 감독처럼, 흥분을 가라앉히고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 정상의 자리는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