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후 진짜 드림팀이 만들어지는 것인가.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모든 악조건을 극복,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으로 올라섰다. 처음 구상한 엔트리에서 선수 10명이 교체됐고, 대회 일정에서도 불이익을 당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음에도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7년 만에 정상에 섰다.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대회로 보일만큼 주최 측의 농간이 극에 달했지만, 한국야구는 대반전을 이뤘다.
이제 한국야구의 다음 목표는 2017 제4회 WBC다. 2006 제1회 WBC 4강, 2009 제2회 WBC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풀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주관하는 대회인 만큼, 빅리거의 집단 합류도 기대해 볼 만하다.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등 1세대 빅리거가 대거 참여했던 제1회 WBC의 감격을 재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역 메이저리거인 추신수 류현진 강정호 모두 팀의 주축으로 활약 중이다. 비록 류현진과 강정호가 수술 후 재활 과정에 있으나, 2016시즌 합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 여기에 올 겨울 빅리그 진출을 추진 중인 박병호 김현수 이대호 오승환 손아섭 등이 목표를 이룬다면, 한국은 일본을 넘어 아시아국가 중 가장 많은 메이저리거를 보유하게 된다. 전력만 놓고 보면, 2017 WBC가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적기가 될지도 모른다.
가장 기대가 큰 부분은 역시 류현진이 합류하는 마운드다. 류현진이 이전의 모습을 되찾은 상태로 2016시즌을 보낸다면, 한국은 1선발 에이스를 앞세워 세계 정상을 응시할 수 있다. 그동안 국제대회는 물론,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서도 에이스 본능을 증명한 류현진의 존재는 천군만마가 아닐 수 없다. 프리미어12에서 한국 마운드는 불펜진의 비중이 컸으나, 2017 WBC에선 선발진과 불펜진의 조화를 기대할 만하다.
강속구 킬러 추신수와 강정호가 자리한 타선도 흥미롭다. 한국은 프리미어12 개막전과 준결승전에서 일본의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에게 완벽히 눌렸다. 160km를 상회하는 오타니의 강속구에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확실한 ‘한국 킬러’를 얻은 일본은 한국과 다음 경기서도 오타니를 앞세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추신수와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서도 빠른 공을 가장 잘 치는 타자로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강정호는 올 시즌 아롤디스 채프먼의 100마일 패스트볼을 안타로 연결했고, 추신수 또한 수 년 동안 메이저리그 에이스킬러로 활약 중이다. 한국 타자들도 이번 대회서 오타니와 맞대결을 통해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 여기에 추신수와 강정호까지 보강된다면, 오타니와 세 번째 만남에선 다른 결과를 낼지도 모른다.
물론 벌써부터 2017 WBC 엔트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이른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08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야구의 수준이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KBO리그가 경쟁력을 갖추면서 이제는 많은 타자들이 150km 패스트볼을 안타로 연결시킨다. 반복된 타고투저 현상으로 투수들의 경쟁력에 물음표가 붙기도 했으나, 이번 프리미어12에서 막강 불펜진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2017년 3월, 모든 국가들이 최고의 전력을 갖추는 제4회 WBC야 말로, 한국야구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는 무대가 될 듯하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