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은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서도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안다. 원칙과 융통성,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 능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는 이가 명장이 된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먼저 지키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자신의 원칙이 잘못된 방향이라는 걸 깨우치면 잘못을 인정하고 방향을 바꿀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 원칙과 융통성의 경계선은 오묘하다. 그래서 프로야구 감독은 힘든 자리다.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44) 감독은 이제 정식으로 취임한지 한 달이 됐다. 대만에서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데, 앞으로 2년 계약기간 동안 지켜야 할 원칙의 토대를 세울 시기다. 아직은 선수파악이 우선이지만, 조 감독은 조금씩 방향을 정하고 있다.

첫 번째는 강공이다. 조 감독은 "기본적으로 작전보다는 선수들에게 맡겨놓는 걸 좋아한다. 꼭 필요할 때, 경기 중반 이후에는 필요하다면 희생번트를 쓴다. 그렇지만 1회나 2회부터 번트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지도자들이 이런 말을 한다. 그렇지만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잘 지켜지지 않는다. 원칙 가운데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조급한 마음 때문에 원칙을 깨는 것이다. 조 감독 역시 "감독이라는 자리에 앉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눈앞의 1승 때문인데, 멀리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야구 트렌드는 빅이닝이 중요해졌다. 경기 내내 세밀하게 1점씩 내는 것보다, 찬스를 잡았을 때 대량득점을 해서 여유있게 지키는 것이다. 이번 프리미어12 '도쿄대첩'에서도 한국은 경기 내내 끌려가다 9회초 찬스 한 번에 4점을 뽑아 역전승에 성공했다.
조 감독은 "무사 1루에서 번트를 대면 1점으로 끝이지만, 안타가 하나 더 나오면 무사 1,3루가 된다. 그러면 그 이닝에 몇 점이 나올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선수가 찬스에서 잘 치려면 벤치에서 믿음을 줘야 한다. 자꾸 작전을 내면 선수들은 마음 속으로 '이제 1볼이니 작전 나오겠네'라고 생각해 소극적으로 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투수보직이다. 단기전은 변칙적으로 운용해도 된다. 그렇지만 144경기 정규시즌은 오래 버틸 수 없다. 조 감독은 "스프링캠프까지 여러 선수들을 테스트 해볼 것이다. 대략적인 틀은 잡아놨다. 시범경기까지는 지켜보다가, 정규시즌 들어가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투수가 흔들린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틀을 갖춰놓는 건 좋지만, 원칙만을 지키려 한다면 고집이 된다. 감독은 그 경계선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감독이 판단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게 바로 코칭스태프다. 주형광 투수코치는 롯데 불펜이 단단했던 '양떼야구' 시절 1군 투수코치로 경험이 풍부하다.
조 감독이 인정한 것처럼 시즌 마지막까지 원칙을 지키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멀리보는 감독은 그게 가능하다. 비록 계약기간은 2년이지만, 조 감독은 눈앞의 경기보다는 더 멀리 보겠다고 다짐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