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명우 “감독님, 날 8선발로...구종 추가한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1.23 13: 00

“형, 이번 휴일에는 우리 백화점에 신발 사러가요. 새로 나온 게 있다던데요.”
롯데 자이언츠와 대만 프로야구 EDA 라이노스의 연습경기가 열린 지난 17일 가오슝 리더구장. 경기 등판이 없는 투수들은 관중석에 삼삼오오 모여 경기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우완투수 이성민이 룸메이트이자 이번 롯데 마무리캠프 최고참 좌완투수 이명우에게 휴일 계획을 세우자고 먼저 말을 꺼냈다. 이명우는 “같이 갈 아들(선수들) 있나 함 모아봐라”고 답했다. 그들은 한참을 즐겁게 이야기했는데, 마치 동기들끼리 말하는 것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사실 이명우와 이성민은 8살 차이다. 이명우가 1982년생, 이성민은 1990년생이다. 그래도 선수들은 이명우에게 편하게 다가간다. 롯데 투수들 중 가장 친화력이 좋은 선수가 이명우다. 대만 마무리캠프에서도 고참투수로 무게를 잡기보다,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부드럽게 달래가며 이끄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명우는 “분위기 만들려면 내가 말해야지, 안 그러면 애들이 불편해 한다”면서 웃었다.

올해 이명우는 많은 공을 던졌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9경기에서 59이닝을 소화, 2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5.64를 올렸다. 2012년과 2013년 74경기씩 출전하며 리그 최다출전 1위를 2년 연속 거머쥐었던 이명우는 2014년 64경기, 올해 59경기로 4년 동안 총 271경기에 나섰다. 단연 최근 4년 출전 수 1위다.
이명우 역시 이번 캠프에 오지 않아도 크게 탓할 사람은 없었다. 휴식이 필요한 시기였지만 이명우는 후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우는 “솔직히 올해 힘들었고 공도 많이 던졌다. 그렇지만 (코치님이 고참 역할을) 맡아 달라고 하셔서 왔다”고 했다.
물론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만 온 건 아니다. 이명우는 이번 캠프동안 개인적인 목표를 세웠으니 바로 구종 연마다. 그는 “올해는 투심을 던졌는데 (아래로) 별로 떨어지지도 않고 (타자들에게) 맞기만 했다. 그래서 지금은 포크볼을 연마하고 있는데, 확 떨어지게 손가락도 제대로 벌리고 던진다. 요즘 불펜투구 80개 하면 40개는 포크볼만 던진다”고 공개했다.
이명우는 주로 좌완 원포인트 투수로 나갔다. 하지만 올해 5선발로 기회를 얻었고, 9월 5일 LG전에서는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무려 1962일만에 선발승을 따내기도 했다. 오랜만에 나선 선발 경기에서 5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사실 이명우는 2004년 SK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던 선수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이후 불펜으로 전업해서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요즘 조원우 감독은 이명우를 “우리 팀 8선발”이라고 부른다. 이명우도 “감독님이 자꾸 그렇게 부르시는데, 올해 선발을 하다보니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구종을 추가하는 건 선발 출전을 대비한 포석이다.
중요한 건 안 아프고 던지는 것이다. 이명우는 작년과 올해 부진하면서도 한 번도 몸 핑계를 댄 적이 없다. 다만 “볼배합이 문제다. 타자들이 이제 나한테 익숙해져서 바깥쪽 슬라이더만 생각하고 들어온다. 그래서 떨어지는 공을 연습한다”고 말할 뿐이다. 문제를 외부에서 찾지 않고, 자신을 다그치는 선수가 바로 이명우다.
지금 롯데는 내년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다. 누가 선발투수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이명우는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일본) 돗토리에 있던 월드 윙 센터가 이번에 서면에도 생기는데, 거기서 운동하면서 겨울에는 체력을 키우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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