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2014년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의 화두를 ‘힐링’으로 잡았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부상 후 재활에 돌입한 선수들도 많았다. 이 선수들이 2015년 전력으로 들어와야 했다. 어쩌면 당시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땀 냄새가 진동하는 SK의 가고시마 캠프는 선수들이 사선을 넘나들고 있다. ‘힐링’을 이야기했던 코칭스태프와 구단 관계자들은 “그건 작년 이야기”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다. 확실히 캠프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래도 여유가 있었던 일정부터가 빡빡해졌고 훈련 강도도 늘어났다. 지난해 가고시마 캠프를 경험한 코칭스태프부터가 “확실히 지난해보다는 훈련량이 많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니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올해는 차라리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SK가 원했던 그림이기도 하다. SK는 올해 마무리캠프를 둘로 쪼갰다. 강화에는 1군 주축 선수들을 남겼다. 그리고 신진급 선수나 구단이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기대주들이 가고시마행 비행기를 탔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인원이 많이 줄어들어 선수들의 개인적 훈련 할당량이 늘어났다. 여기에 코치들부터 의욕적으로 선수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아침 8시30분부터 시작되는 훈련은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오후 4시까지 휴식 시간 없이 이어진다. 선수들에게 주어진 휴식 시간은 훈련 사이 잠시 물을 마실 5분 정도다. 잠시 숙소에서 고단한 몸을 정비한 선수들은 저녁 식사 후 6시부터 다시 야간훈련에 돌입한다. 가고시마 캠프 참가를 자원한 일부 주전급 선수들도 예외는 없다. “끝이 안 보인다”라는 말이 선수단 곳곳에서 나온다.
김용희 감독부터가 이번 캠프의 화두를 ‘치열함’으로 잡았다. 젊은 선수들의 육성을 통해 건전한 내부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김 감독은 “다르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선수들이 미쳤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가고시마 캠프에 참가한 선수들도 자신들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이번 캠프에서 기량을 확실하게 끌어올려 눈도장을 받는다면 내년 1월 플로리다 캠프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눈빛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행인 것은 이런 고단한 훈련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특별한 부상 선수들이 없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있는 이형삼 컨디셔닝코치는 “훈련 시간과 양이 모두 늘어난 상황이다. 1군 주축급 선수들이 이번 훈련에 참가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젊은 선수들이고 올해 체력 소모가 적었던 선수들이 많아 아직까지는 큰 부상 없이 잘 버티고 있다”라고 대견해했다.
기대를 모으는 선수들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박경완 배터리코치가 집중 조련하는 두 명의 포수(김민식 이현석)은 이번 캠프를 통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이 주위의 공통된 평가다. 내야에서는 유서준과 조성모가 호평을 받고 있고 신인 야수인 임석진, 그리고 김동엽도 힘에서는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투수 쪽에서도 2~3년 뒤 1군에 포함될 만한 자원들이 눈에 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숨 쉴 틈도 없는 SK의 가고시마 캠프는 오는 27일까지 이어진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