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코치, 경기장에 물을 뿌리는 이유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23 16: 08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지고 있는 SK의 가고시마 캠프에서도 가장 동정을 사는 두 선수가 있다. 바로 박경완 배터리코치의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김민식(25)과 이현석(23)이다. 팀 내에서 두 선수의 훈련량이 가장 많다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두 선수의 훈련 강도는 차라리 ‘살인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오전에는 박경완 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고 오후에도 팀 훈련에 참여해 쉴 틈이 없다. 박 코치가 선수들과 지근거리에 항상 위치하다보니 요령을 피울 시간도 없다. 휴식 시간이라고 해봐야 물 한 잔 마실 때 가지는 짧은 시간이 전부다. 
더러워진 유니폼은 이들의 훈련 정도를 실감할 수 있는 좋은 증거다. 매일 땅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유니폼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이현석은 “유니폼을 빨아도 이제는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김민식은 “유니폼을 세 벌 가지고 왔는데 이제 마지막 유니폼”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여벌이 없다. 한 관계자는 “포수들은 그냥 검정색 바지를 지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할 정도다.

이 선수들의 유니폼이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박경완 코치의 의욕적인 지도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SK의 배터리 코치로 취임한 박 코치는 당대 최고 포수였던 노하우를 두 선수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본이 부족하다보니 혹독한 훈련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박 코치도 때로는 선수들이 안타까울 때도 있다. 그러나 “그저 그랬던 선수로 기억되면 안 된다”라는 신념 속에 마음을 다잡고 선수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박 코치는 뒤에서 무게만 잡는 스타일이 아니다. 스스로부터 몸을 움직이며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박 코치의 힘들고 귀찮을 때가 있다. 이처럼 힘든 일정이지만 선수들의 성장세에 위안을 얻고 있다는 게 박 코치의 흐뭇한 미소다. 박 코치는 “물론 내 욕심만 앞세운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의욕을 가지고 따라온다는 것이 대견하다”라고 박수를 치면서 “처음에는 선수들이 겁을 먹은 듯 했지만 요즘에는 많이 물어보기도 한다”라며 자신의 첫 제자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두 선수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사뭇 다르다보니 서로 경쟁이 붙으며 성장세에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 박 코치의 진단이다. 이런 두 선수의 성장세는 강화에 있는 이재원 등 다른 포수들에게도 자극이 된다. 박 코치는 “요즘 (이)재원이가 가고시마 캠프 포수들의 훈련 일정을 모바일 메신저로 물어본다고 하더라”라고 귀띔하면서 “정상호의 거취가 어찌될지 모르는 만큼 이 선수들이 더 성장해야 한다. 요즘 포수들은 조금만 잘해도 큰 명예와 부를 거머쥘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오후 연습이 끝나면 박 코치는 손수 경기장에 물을 뿌린다. 마치 경기장 보조요원이 된 듯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묻자 박 코치는 “여기 경기장의 땅이 그렇게 강한 편이 못 된다. 포수들이 훈련을 하면 너무 많이 파인다”라면서 “이렇게라도 물을 뿌려줘야 그나마 땅이 버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내일, 또 다시 이어질 강훈련을 앞둔 준비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보람을 찾아가고 있는 세 인물들의 훈련은 짧게는 27일 캠프 종료까지, 혹은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이어진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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