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라고 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최악의 경기가 나왔다.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23일 오후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벌어진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서 구리 KDB생명 위너스를 54-48로 물리쳤다. 2연승을 달린 신한은행(4승 3패)은 KEB하나와 함께 공동 2위가 됐다. 3연패를 당한 KDB생명(2승 5패)은 KB스타즈와 함께 공동 5위로 처졌다.
국가대표가 즐비한 두 팀의 맞대결은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경은과 김규희는 지난 8월 2015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에서 한국의 백코트를 맡았던 이들. 한채진과 김연주는 국가대표출신 슈터다. 김단비는 대표팀에서 에이스를 맡고 있다. 곽주영과 신정자, 하은주 역시 태극마크를 밥 먹듯 다는 선수들. WNBA에서 뛰는 외국선수들까지 가세했으니 경기수준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매우 수준이하였다. 기본적인 노마크 슈팅마저 림을 못 맞추고 에어볼이 됐다. 투핸드 점프슛이 많은 여자농구라 해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경기시간에 쫓겨 패턴이 어그러졌을 때 개인기로 해결할 줄 아는 국내선수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슛을 외국선수가 처리했다. 경기흐름을 장악할 수 있는 국내 기술자가 보이지 않았다.
경기시작 후 5분 동안 양 팀은 4-4에 머물렀다. 신한은행의 1쿼터 야투율은 33%(5/15)에 불과했다. KDB생명은 더 나쁜 25%(5/20)였다. 이 정도면 프로농구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나마 1쿼터 양 팀이 합작한 27점 중 17점을 외국선수 커리(8점)와 플레넷(9점)이 기록했다. 국내선수의 득점비율은 37%에 불과했다. 외국선수 2명에게 득점의 63%가 집중됐다.
경기는 4쿼터 하은주가 10점을 집중시킨 신한은행이 이겼다. 결과는 접전이지만 내용은 졸전이었다. 손에 땀을 쥐기보다 탄식을 내뱉는 관중들이 더 많았다.
이날 신한은행은 한 경기 51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신기록을 작성했다. 공격리바운드가 21개나 됐다. 하지만 부끄러운 기록이다. 양 팀이 워낙 쉬운 슛을 놓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리바운드가 많이 발생했던 것. 신한은행이 리바운드서 51-30으로 21개를 더 잡고도 간신히 이겼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46개의 2점슛 중 18개를 넣어 39%를 기록했다. 3점슛은 15개 중 2개를 넣어 13%에 불과했다. 야투율이 33%로 ‘로또’ 수준이었다. 심지어 자유투마저 63%에 머물렀다. KDB생명은 더 나빴다. 야투율이 31%에 불과했다. 자유투는 40%였다. 이 정도면 거액의 연봉을 받고 뛰는 프로선수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외국선수 커리(22점, 13리바운드)와 플레넷(23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의 기록을 제외하면 슛률은 더욱 떨어진다. 국내선수들의 저조한 경기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김단비(4점), 신정자(3점), 김규희(2점), 이경은(2점) 등 스타급 선수들의 자존심이 구겨졌다.

경기 후 김영주 KDB생명 감독은 “슛 던지는데 있어서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 마지막에 서로 슛을 미뤘다.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자꾸 선수들이 피하고 도망가는 경향이 있다. 국내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해줘야 한다. 플레이 자체가 자신감이 없다. 한채진, 김진영이 자신 없이 패스를 해서 그런 경향이 나온다”며 국내선수들을 질책했다.
정인교 신한은행 감독은 20개가 쏟아진 실책에 대해 “득점찬스를 만들다 나오는 실책은 괜찮다. 오늘 나온 실책은 반 이상 허공에 버리는 실책이었다. 개선이 빨리 돼야 한다. 김규희와 윤미지의 책임은 아니다. 감독이 명확한 역할을 줘야 한다. 그래도 프로팀 주전가드다. 본인들이 뛰면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독려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