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역사상 가장 큰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졌다. 무려 6명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SK가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한다. 막판까지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몇 명을 눌러 앉힐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SK는 24일부터 공식적인 FA 협상을 시작한다. 팀 내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FA 자격을 얻은 만큼 SK의 고민도 크다. SK는 시즌이 끝난 뒤부터 FA 선수들에 대한 대우를 놓고 구단 내부에서 대책 마련에 분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의 의견은 물론, 외부의 의견까지 폭넓게 수렴하며 적정가 산정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무려 6명의 선수들과 협상을 해야 하는 만큼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가봐야 알 것 같다”라며 쉽지 않은 협상을 예상했다.
6명 모두 그간 팀의 간판급 선수로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불펜 최대어로 손꼽히는 정우람을 비롯, 역시 불펜진의 핵심인 윤길현, 주전 포수 정상호, 주전 1루수 박정권, 마당쇠 채병룡, 외야수 박재상까지 모두 허투루 볼 선수들이 없다. 이 선수들은 대부분 “팀에 남고 싶다”라는 직간접적인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금액 차이가 별로 없다는 전제임도 분명하다. SK도 이 선수들을 모두 잡고 싶어 하지만 막상 테이블이 열리면 서로가 생각하는 금액에서 적잖은 차이가 날 가능성도 높다. 협상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현 시점에서 SK는 외부 FA 영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집토끼’를 잡은 것이 우선이라는 게 내부의 한결 같은 전략이다. 그러나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숫자는 너무 많다. 모든 선수들에게 후한 대우를 해줄 수는 없는 이유다. SK는 지난해 FA 시장에서 최정에게 4년 86억 원의 야수 최고액을 안겨줬고 김강민과도 4년 56억 원에 계약하는 등 화끈한 베팅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6명’이라는 숫자가 합리적인 베팅을 강제할 가능성이 크다. 구단 내부에서도 전원 잔류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이 모이는 선수는 ‘불펜 최대어’인 정우람이다. 정우람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올 시즌 건재를 과시했다. 그간 팀 공헌도도 높아 SK에서도 ‘협상 0순위’다. 현재 SK는 정우람에 역대 불펜 최고액이었던 지난해 안지만(4년 65억 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정우람을 노리는 팀들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어 긴장 중이다. 시장에 나갈 경우 다시 돌아올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최초 제시 금액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윤길현 또한 시장에 나가면 불펜 보강을 원하는 팀들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정상호는 올해 FA 시장에 나온 몇 안 되는 포수라는 측면에서 역시 가치가 높다. 역시 이번주에 도장을 받지 못하면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다. 최근 SK가 외국인 타자로 중앙 내야수인 헥터 고메즈를 선택함에 따라 박정권도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채병룡 박재상도 다른 팀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영입할 수 있다는 선수들로 SK의 고민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가고시마 캠프를 이끄는 김용희 감독도 "FA 협상이 마무리되어야 다음 시즌 팀 전력 구상을 짤 수 있다"라며 긍정적인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SK가 FA 선수들의 전원 잔류를 이끌어냈던 지난해의 성과를 올해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