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해볼 훈련인데 조금 늦게 한 것 같다".
한화 외야수 이성열(31)은 페넌트레이스가 종료된 다음날이었던 지난달 4일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야자키에서 치러진 피닉스 교육리그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다. 교육리그를 마친 뒤에는 오키나와로 넘어가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 52일의 시간이 흐른 24일, 이성열은 한국으로 돌아간다. 캠프가 일주일 남았지만 김성근 감독의 배려로 먼저 짐을 쌌다.
부상이 있어서 돌아가는 건 아니다. 다음달 6일 있을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김성근 감독이 일주일 먼저 돌려보낸 것이다. 당초 25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23일 훈련을 마친 뒤 김성근 감독이 24일로 하루 앞당겨줬다. 50일간 강훈련을 소화한 이성열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배려에 환한 웃음과 함께 기분 좋게 훈련을 마칠 수 있게 됐다.

한화의 마무리캠프 강도가 약해졌다고 하지만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훈련을 받은 그는 "언제 이런 훈련을 해보나 생각한다. 언젠가는 해야 할 훈련이었는데 조금 늦게 한 것 같다. 이러한 훈련을 조금 더 일찍 받아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신인 때 호주에서 60일간 훈련했지만 이런 강도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서른을 넘어 맞이한 첫 강훈련은 그에게 도전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이성열은 스윙을 고치러 왔다. 70% 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성열은 "지금은 실패를 해도 되는 시기라서 극단적으로 변화를 줘봤다. 방망이가 돌아 나오는 부분을 조금 더 앞으로 가져와 공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짧게 가져가려 했다. 요즘 변화하는 공이 많아 빨리 대처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50일 넘게 이어진 강훈련에서 이성열은 악착같이 매달렸다. 그는 "나도 그렇지만 감독님께서도 욕심이 있으셔서 정말로 열심히 했다. 감독님이 관심을 갖고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 몸을 잘 만들어 보답하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고 다짐했다.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 이성열에게는 결혼이란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기다리고 있다. 50일 넘게 훈련이 계속 되느라 결혼 준비는 예비 신부가 도맡아 미안함으로 가득하다. 이성열은 "예비 신부가 혼자 거의 준비하며 고생해서 너무 미안하다. 결혼이 며칠 안 남았는데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돕겠다. 이제는 아내와 가족을 위해 야구를 해야 할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캠프에 후배들을 남겨 놓고 먼저 떠나는 마음은 편치 않다. "미야자키부터 시작한 친구들과 동생들을 두고 먼저 가는 것이 미안하다. 쉬는 날은 잘 쉬었지만 대부분 선수들이 힘들게 훈련해왔다. 먼저 간 선배로서 미안하지만 다치지 않고 남은 기간 잘 마무리했으면 한다.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좋겠다"는 게 이성열의 말이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이성열은 "감독님과 여기 있는 분들에게는 이미 청첩장을 드렸다. 대전과 서산에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청첩장을 전달할 것이다. 우편으로 보내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 줄 것이다. 몸이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게 도리이고 예의다. 한국에 가도 훈련 같은 일정이 계속 남았다"고 순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