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박계현(23, SK)은 SK의 가고시마 특별캠프를 앞두고 캠프 명단에 포함됐느냐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이런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박계현은 SK의 그 누구보다 이번 캠프에 대한 기대가 큰 선수였다. 야구에 대한 욕심이 많은 만큼 이번 특별 캠프 참가를 통해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단단한 각오와 함께 바다를 건넜다. 이제 캠프가 끝나가는 시점, 박계현은 이제 새로운 야심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2의 허경민(25, 두산)이다.
SK는 내년 외국인 야수로 헥터 고메즈를 영입했다. 시장의 흐름상 보통 중앙 내야수로 불리는 2루수나 유격수 자리는 국내 선수의 자리로 여겨져 왔다. 야마이코 나바로(삼성)가 특이한 케이스였다. 하지만 SK는 내야 전력의 보강을 위해 과감히 고메즈를 영입해 취약 지점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자연히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아직 1군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은 상황을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다.

SK에서는 박계현이 그런 위치에 있는 선수다. SK 내야진 세대교체의 주역 중 하나로 기대를 모았던 박계현은 2014년의 상승세를 2015년에 이어가지 못했다. 2014년 62경기에서 타율 3할4푼1리를 기록하며 방망이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던 박계현은 올해 97경기에서는 타율 2할3푼1리에 그쳤다. 수비에서의 안정감은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무래도 공격에서 활로를 뚫지 못하다보니 출전 시간이 제한됐다. 자신의 자리를 잡을 기회를 놓쳤다고도 볼 수 있다.
박계현으로서도 반성의 시간이었다.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마음가짐에서 찾았다. 박계현은 “올해는 타격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사실 시범경기에서 너무 잘 친 것이 문제였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박계현은 올해 시범경기 12경기에서 나서 타율 3할6푼1리를 기록했다. KBO 리그 전체 선수들 중에서도 손꼽힐 만한 성적이었다. 자만한 것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이런 성적이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박계현은 “시즌에 들어가면서 부담이 커졌다. 그렇게 초반에 안 맞고 저조하게 출발하다보니 시즌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아쉬움이 짙지만 어차피 지나간 시즌이다. 새로 잊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박계현이 가고시마 캠프를 그 새로운 시작으로 여기고 있는 이유다. 박계현은 “타격이 좋지 않았던 만큼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수정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라면서 쉼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훈련, 또 훈련밖에 없다는 것이 박계현의 생각이다.
타격 외에도 수비와 주루 또한 욕심이 많다. 박계현은 “후쿠하라 코치님은 실력 이상으로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가진 기량 속에서 확실한 수비를 강조하신다. 기본적인 것부터 확실하게 하자고 마음먹고 있다”라면서 “여전히 도루에는 욕심이 많다. 슬라이딩이나 스타트를 더 보완하려고 한다. 김인호 코치님에게는 주루 플레이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많이 묻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주는 물론 작전수행능력까지 모두 발전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이번 캠프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러면서 박계현은 ‘허경민’의 이름을 꺼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 때문이다. 올 시즌 두산 야수진의 최대 수확이자 공신 중 하나인 허경민은 실력으로 외국인 선수를 밀어냈다. 두산은 취약 포지션으로 평가됐던 3루를 메우기 위해 잭 루츠와 데이빈슨 로메로를 영입했지만 오히려 기량은 허경민이 더 나았다. 117경기에서 타율 3할1푼7리를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렇게 허경민은 두산의 주전 3루수가 됐다. 박계현에게도 좋은 롤모델이다. 확실한 기량만 갖추고 있으면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주눅들 것이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박계현은 “외국인 선수가 영입된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누가 있든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다시 힘차게 그라운드를 향해 나아갔다. 기로에 서 있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박계현은 앞만 바라보고 달리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