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조성모, 두 번의 시련과 세 번째 출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24 12: 00

“조성모가 많이 좋아졌다”
SK의 일본 가고시마 특별캠프에 참여한 인원들은 모두 구단이 ‘전략주’로 생각하는 선수들이다. 코칭스태프가 혹독한 훈련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 중 요새 코칭스태프 및 관계자들의 입에 가장 자주 언급되는 선수가 있다. 바로 내야수 조성모(23)다. 다소 낯선 이름이다. 그래서 좀 더 의외고 눈길을 끈다.
같이 이번 캠프에 건너 온 내야수들 중 박계현 유서준 최정민은 올해에도 1군에서 뛴 선수들이다. 이미 잠재력을 검증한 선수들이다. 그에 비해 조성모는 다소 뒤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박철우나 임재현과 같은 다른 내야수들도 있는 만큼 캠프 참가를 의외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캠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호평을 받는다. 그런 성장세 속에 어느덧 평가도 점차 대등해지고 있다. 가고시마는 조성모라는 이름 석 자를 코칭스태프에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사실 시련이 적지 않았던 선수였다. 대학 때는 나름대로 상위권에 들어가는 내야수였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조성모에게는 첫 시련이었다. 조성모는 “4학년 때 부상을 당해 전반기를 뛰지 못했다. 그래도 솔직히 지명은 될 줄 알았는데 안 됐다. 솔직히 이른바 ‘멘붕’이 왔다. 야구를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도 했다”고 담담히 당시를 떠올렸다.
상심에 빠져 있던 조성모에게 손길을 내민 팀은 SK였다.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다음 날 SK로부터 육성선수 제의가 왔다. 조성모는 다시 해보자는 심정으로 이런 SK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의욕도 넘쳤다. 그러나 곧 두 번째 시련이 다가왔다. SK 퓨처스팀(2군)에 입단해 첫 번째로 치르는 연습경기에서 오른손 손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그 여파 속에 2014년에는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잘못하면 방출이라는 단어와 마주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조성모 스스로도 야구를 시작한 뒤 맛보는 가장 큰 쓴맛이었다. 조성모는 “손목 수술을 하고 나서 감각이 완전히 떨어졌다. 야구도 생각했던 것보다 잘 안 됐다. 사소한 기본적인 것도 실책이 나오다보니 자신감도 크게 떨어졌다”라고 아픈 기억을 되새긴다. 이 젊은 선수는 예상보다 일찍 야구 인생의 기로에 섰던 셈이다.
그러나 다행히 SK는 좀 더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큰 위기를 넘긴 조성모는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눈에 띌 만한 성적을 냈다. 조성모는 올해 퓨처스리그 77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 4홈런, 27타점, 12도루를 기록하며 날카로운 방망이를 뽐냈다. 그리고 이번 가고시마 캠프에 합류하는 기회를 얻었다. 조성모는 “1군 캠프에 합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학교 이후 가장 훈련량이 많은 것 같다”라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찾아온 가장 중대한 기회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투좌타인 조성모는 타격에서는 이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용희 SK 감독은 “타격 재질이 있다”라며 조성모를 주시하고 있다. 최근 SK의 젊은 야수들은 성실함에서는 모두 인정을 받고 있지만 1군에서 통할만한 방망이의 감도가 부족한 것이 흠이었다. 2군에서는 가장 좋은 수준의 타격 성적을 낸 조성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그러나 조성모는 이런 호평을 전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손을 내저었다. 아무래도 이런 1군 캠프가 처음이라 아직까지는 분위기에 위축되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 조성모는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다. 조성모는 “사실 처음에는 많이 위축되어 있었는데 코치님들이 좋게 이야기를 해주시다보니 의욕도 생긴다”라면서 “포지션이 내야다보니 수비가 되어야 1군에서 뛸 수 있다. 손목 수술 이후 수비에 자신감이 떨어졌는데 이겨내려면 연습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타격 재능이 있는 조성모는 대학 시절 여러 포지션에서 뛰어 본 경험이 있다. 2학년 때는 3루수, 3학년 때는 2루수, 4학년 때는 유격수에서 뛰었다. 수비만 확실히 잡힌다면 내야에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조성모는 “외국인 선수가 내야에 들어왔지만 내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1군에서 뛰는 선수들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이번 캠프에 와서 분명히 좋아진 것은 느껴진다”라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항상 열심히 뛰는 선수로 팬들의 기억 속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힌 조성모가 세 번째 출발을 알렸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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