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관리 대상입니다”
SK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른 전유수(29)는 이번 가고시마 특별 캠프에서 몇 없는 특별 관리 대상이다. 다른 투수들은 가끔 라이브 피칭도 하지만 전유수는 ‘투구’ 프로그램에서 아예 빠져 있다. 이런 특별 관리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 당시에도 전유수는 특별 관리 대상이었다. 그만큼 시즌 때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보직은 아니지만 팀이 필요할 때,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 많은 이닝을 던졌다. 홀드나 세이브 숫자는 적지만 팀 공헌도는 으뜸이었다.
2014년 67경기에서 84⅔이닝을 던진 전유수는 올해도 66경기에 나가 77⅔이닝을 던지며 3승6패1세이브5홀드를 기록했다. 2년 연속 80이닝 근처를 소화한 불펜 투수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찾기 쉽지 않다. 때문에 “지금은 가고시마 캠프에 참여하기보다는 쉬어야 한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전유수는 캠프를 자원했다. 명단에 포함된 선수 중 가장 의외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전유수는 “한국에 있으면 오히려 집중이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날씨도 춥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는 날씨가 너무 좋다. 오기 잘한 것 같다”라고 슬며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유수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아플 때까지 던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면서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따뜻한 가고시마에서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는 생각이다.
올 시즌 성과는 좋았기에 더 기분 좋게 가고시마 캠프를 임할 수 있는 점도 있다. 전유수도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있다. 추격조에서 시작했지만, 필승조 보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용희 SK 감독도 “시즌 막판에 전유수가 없었다면 큰 일이 날 뻔했다”라며 팀 공헌도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다른 선수들이 체력적인 부담을 호소하며 구위가 떨어질 때, 전유수만은 오히려 반대로 더 많은 힘을 냈다. 전유수도 “그래도 끝이 좋아서 다행인 것 같다”고 올 시즌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런 전유수가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더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기대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두 핵심 불펜(정우람, 윤길현)의 거취가 아직은 확정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마무리로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유수 또한 시즌 막판부터는 추격조 보직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잡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것을 생각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전유수의 이야기다.
전유수는 “물론 욕심이야 당연히 있지 않겠는가. 뛰라면 최선을 다해서 뛸 것이다”라면서도 “그래도 경기에 나가야 뭐든 되는 것이다. 경기에 나가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입지도 그만큼 좋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평범한 각오를 되새겼다. 2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입지를 구축했지만 “경기에 나가는 것이 좋다”라는 초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올해 억대 연봉 진입이 확실시되는 전유수를 만들어낸 것도 그런 초심이었다. 내년에도 전유수라는 특급 마당쇠를 기대해봐도 좋을 이유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