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훈련’ 김민식, 진짜 프로선수로 재탄생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25 16: 21

“사진을 봤어요. 아내가 먼저 찾아 보여주더라고요”
SK의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서 박경완 신임 배터리 코치의 집중적인 조련을 받고 있는 김민식(26)은 유니폼이 성할 날이 없다. 워낙 강훈련을 소화하다보니 유니폼이 멀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고시마 캠프에 올 때 유니폼 세 벌을 챙겼지만 이미 두 벌은 구제불능이 돼 사실상 폐기 처분했다. 남은 한 벌로 캠프 종료까지 버텨야 한다. 김용희 SK 감독은 “유니폼도 문제지만 레가드와 프로텍터도 모두 너덜거려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아무리 명조련사가 있다고 해도 선수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훈련 성과는 제대로 날 수 없다. 사실 박 코치도 이런 훈련을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민식은 의욕을 가지고 이번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칭찬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닌 박 코치도 “그래도 의욕을 가지고 따라온다는 것이 대견하다”라면서 “캠프 초기에 비하면 많은 성장을 이뤘다”라고 제자를 대견해하고 있다.

김민식의 훈련 사진은 그 자체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를 묘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강한 훈련이 이어지고 있는 가고시마 캠프에서도 훈련량은 으뜸이다.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다른 선수보다 유니폼을 더 지급해야 할 것 같다. 스프링캠프 유니폼은 아예 검정색으로 주는 것이 낫겠다 싶을 정도”라고 안쓰러워한다. 물론 김민식도 지금 이 훈련이 힘들다고 한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이겨내고 있다.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가 김민식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
김민식은 “훈련이 힘들기는 하지만 좋아지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 이런 힘든 훈련을 버텨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웃었다. 스스로 보람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그 보람은 나날이 성장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힘들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속에 아픈 곳도 참으며 캠프 완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김민식은 “박 코치님께서 앉는 자세, 블로킹을 할 때 글러브가 들리는 문제, 송구로 연결하는 동작 등 기본기에 대해 많이 설명해 주신다”라고 캠프 훈련의 중점을 설명했다. 가끔 볼 배합에 대해서도 묻지만 이에 대해서는 박 코치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게 김민식의 이야기. 그만큼 아직은 기본기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포수는 기본기가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하는 김민식도 그런 스승의 마음을 헤아려 기본적인 자세부터 확실하게 다듬고 있다.
동정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만큼 의지도 불타고 있다. 김민식은 “이렇게 훈련을 했는데 막상 시즌에 들어가서 못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라고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정상호의 거취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분명 큰 동기부여다. 김민식은 “열심히 하다보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다시 강훈련이 기다리고 있는 그라운드로 향했다. 타격 재능에 비해 수비력에서 다소간 아쉬움을 드러냈던 김민식이 이번 캠프를 통해 진짜 포수, 그리고 진짜 프로선수로 재탄생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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