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끝이 확실히 묵직해요”
올 시즌 SK에서 유일하게 3할을 친 타자인 이명기는 팀 후배인 조한욱(19)의 투구 내용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명기를 비롯, 라이브 피칭에서 조한욱을 상대한 다른 타자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직 만 20세도 되지 않은 투수지만 확실한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는 호평이다. 이는 코칭스태프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이번 SK 가고시마 캠프에서 내년 기대주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마운드에서는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다.
입단 당시부터 엄청난 기대주였다. 2015년 SK의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 지명을 받았다. 충암고 시절 고교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로 평가받은 만큼 당연한 지명이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막상 1년은 제대로 뛰지 못했다. 어깨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모든 고교 야구 에이스들이 가지고 있는 훈장이었다. 재활에만 꼬박 9개월을 투자해야 했다. 1군은커녕 퓨처스리그에서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사실상 1년을 그냥 날렸다. 어린 선수에게는 큰 시련이었다.

조한욱은 “9개월 정도 재활을 했는데 남들이 다 던질 때 나는 재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 몸 상태는 좋다. 시즌 막판부터 다시 공을 잡은 조한욱은 교육리그와 가고시마 특별 캠프를 거치며 서서히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교육리그에서 힘 있는 미국 타자들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벌였다. 당시 조한욱을 지도했던 제춘모 투수코치는 “공이 좋았다. 장기적인 선발 요원으로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조한욱이지만 “확실히 1군 선배들은 잘 치시는 것 같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이번 캠프에서 느꼈다”라고 자세를 낮춘다. 하지만 구위는 물론 성품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공통된 이야기다. 교육리그 당시 재활 경기 참여를 위해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와 겨룬 사연은 대표적이다. 당시 푸이그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은 조한욱은 강판을 생각한 제 코치에게 고집을 부려 세 번째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기어이 뜬공을 잡아내고 경기를 마쳤다.
조한욱은 “초구에 맞은 것이 아니라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고도 홈런을 허용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면 푸이그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당시 사연을 설명했다. 어린 선수들은 대개 주눅이 들어 도망가기 마련인데 조한욱은 그렇지 않고 다시 한 번 정면승부를 선택한 것이다. 남다른 배짱을 엿볼 수 있다. 큰 체격을 가진 선수는 많아도 이런 심장까지 갖춘 어린 선수들은 찾기 쉽지 않다.
조한욱은 KBO 리그 1군에서 뛰고 있는 슈퍼스타들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많지 않다. 당연히 이름과 얼굴 정도는 알고 있지만 잘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1군에서 처음 만났을 때 괜히 그런 이름값에 주눅이 들 수 있어서”라는 이유다. 조한욱은 “안다고 해서 안 맞는 것도 아니고, 모른다고 해서 맞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다만 상대 이름값에 주눅이 들기는 싫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금 페이스라면, 조한욱은 2016년 그런 슈퍼스타들과 당당히 1군에서 겨룰 수 있을 것이다. SK의 기대주가 보여줄 모습에 모든 관계자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