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無’ FA 우선협상, 더뎌지는 4가지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26 13: 00

무려 22명의 선수들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지만 아직까지 협상 타결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각 구단별로 ‘장기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인 28일까지 갈 선수들도 적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그만큼 시장에 많은 선수들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21일 올해 FA 선수 명단을 공시했고 22일부터 원소속구단 우선협상이 시작됐다. 그러나 26일 아침까지 타결된 선수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27일에는 2차 드래프트 일정이 있어 구단 프런트가 이 일정에 대비해야 한다.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이 열리기는 쉽지 않다”라면서 26일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첫 계약자가 28일에나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눈치싸움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6일에도 협상 일정이 잡혀 있는 선수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 차례 정도 협상을 했을 뿐 2~3차례 만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도 올해 FA 시장의 특징이다. 이에 대해 한 야구 관계자는 두 가지 분석을 내놨다. 이미 어느 정도 분위기를 익혔다는 점, 그리고 FA를 향한 구단들의 움직임이 다소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프리미어12 때문에 FA 일정이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됐다. 공백기 동안 각 구단들이 이미 소속 선수들과 몇 차례씩 만나 원론적인 생각을 주고 받았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협상기간 초기에 만나 1차적으로 대략적인 틀을 논의하고, 2차 협상에서 금액이 제시되고, 3~4차 최종 협상에서 계약 성사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1차 과정이 이미 끝난 상태에서 우선협상 기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또한 FA시장이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각 팀의 육성 기조가 대세를 이룸에 따라 상대적으로 구단이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급 스타를 잡기 위해 어느 정도 과감한 투자는 필요하지만 상식을 뛰어 넘는 투자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첫 협상에서 금액을 제시한 몇몇 팀들은 선수들과의 의견 차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주 만나 협상을 해봐야 몸값만 뛸 여지를 준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남은 3일 중 어느 한 순간에 최종 금액을 제시하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인 것이다.
여기에 선수들이 확실한 답을 주지 않는 것도 협상 타결이 더뎌지는 원인 중 하나다. KBO 리그는 원칙적으로 에이전트 제도를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대형 계약에 나서는 선수들은 대부분 일을 봐주는 에이전트를 고용하고 있다. 에이전트들은 구단과의 협상에 직접적으로 나설 수 없는 만큼 타 구단 동향 등을 면밀히 분석하며 선수들의 협상을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게 야구계의 관측이다. 선수를 노리는 구단과 에이전트가 비밀리에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과 선수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27일 열릴 2차 드래프트도 큰 영향력을 주고 있다. 몇몇 구단들은 젊은 선수들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넣는 대신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선수들을 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두 번의 2차 드래프트보다는 확실히 즉시 전력감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단들도 전력 보강에 기대를 걸고 있다. A급 선수들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B급 선수들의 경우는 2차 드래프트 성과에 따라 대우가 달라질 수 있다. 보통 계약 규모가 크지 않은 B급 선수들이 먼저 협상을 끝내는 경우가 있었으나 올해는 그런 여건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FA 협상이 더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