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분위기였다. 더 바랄 것이 없었다”
SK의 가고시마 특별캠프에 참가한 선수 중 최고참인 신재웅(33, SK)은 캠프 분위기를 “최고였다”라는 딱 한 마디의 말로 정리했다. 젊은 선수들이 의욕을 가지고 훈련을 임해 오히려 베테랑들이 따라잡기 어려웠다는 너털웃음도 지었다. 그런 최고의 분위기에는 평범한 비결이 있다. 음지에서 묵묵히 선수들의 훈련을 지원한 조력자들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선수단의 원활한 훈련도 불가능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다시 쓰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일부터 일본 가고시마 사쓰마센다이시에 특별캠프를 차린 SK는 최고의 성과물과 함께 27일 귀국길에 오른다. 신진급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통한 내부의 건전한 경쟁 구도를 최우선과제로 삼은 이번 캠프는 예년에 비해 혹독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선수들이 의욕적으로 훈련에 참여한 끝에 큰 부상자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김용희 감독은 “선수들의 전체적인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내년 시즌 직전까지 기존의 1군 선수들과 경쟁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힘줘 말하면서 대뜸 “뒤에서 묵묵히 선수들을 지원하느라 고생한 이들에게 참 감사하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번 SK 가고시마 특별캠프에는 훈련보조요원이 두 명밖에 없었다. 1군 코칭스태프가 모두 따라오기는 했지만 강화에 있는 메인 캠프도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조 인원을 둘로 쪼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전력분석팀원, 그리고 운영팀 프런트까지 모두 나서 훈련을 지원해야 했다. 매일 선수들보다 1시간 더 빠른 오전 7시30분에 경기장으로 출근, 선수들이 모두 경기장을 빠져 나간 오후 9시까지 경기장에 남아 뒷바라지를 했다. 가장 먼저 경기장에 들어가, 가장 늦게 경기장을 나오는 이들이었다. 전쟁 영화처럼 극적이지는 않을지 몰라도, 훈련 과정을 원활하게 만드는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일은 다양했다. 훈련을 준비하고, 훈련을 정리하고, 때로는 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원 결손 때는 직접 훈련에 참여하기도 했다. 식사나 이동 등 선수들의 사소한 일 하나까지도 꼼꼼하게 챙겼다. 힘들어도 내색을 할 수 없었고 오히려 억지로라도 밝은 표정과 함성을 쏟아내야 하는 것이 이들의 숙명이었다. 소수 정예 훈련이 짜임새 있게 진행된 것은 이들의 공을 빼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들 덕분에 훈련은 하루 종일 끊이지 않고 계속 진행될 수 있었다.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이들의 공로는 코칭스태프에서도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김용희 감독은 “보조요원들이 정말 최고였다. 훈련을 알차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코칭스태프가 아닌, 순전히 그들의 공로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보조요원이 2명밖에 없어 전력분석팀에서도 인원이 차출되어야 했다. 운영팀 매니저, 통역이 전부 다 달라붙었다. 이런 그들의 노력 덕분에 훈련이 돌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센다이시 관계자들도 연습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많이 배려해줬다”라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도 “우리만큼 고생을 하신 분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캠프 성과에 큰 공을 세웠지만 이들은 손사래를 친다. 한승진 전력분석팀 매니저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너무 강했다. 너무 좋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이 진행됐고 건강관리도 잘 됐다. 모두 마음이 하나로 뭉쳤던 것 같다”라면서 “때로는 우리도 힘들었지만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우리가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우리가 방해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고 오히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오히려 내년에 대한 희망을 봤다며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었다. 한 매니저는 “베테랑급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몸으로 보여주고, 후배들이 따라가면서 열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번 특별캠프가 육성 위주고 훈련으로 기량을 끌어내기 위한 분위기였는데 체계적인 코칭이 이뤄진 것 같다”라면서 “훈련 일정을 처음 봤을 때는 ‘이 일정을 버틸 수 있을까’라고 걱정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모두 따라왔다.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SK의 훈련은 26일 오전으로 모두 종료됐다. 선수들은 26일 오후 짐을 모두 싸고 휴식을 즐겼다. 그러나 이들은 오후에도 쉴 시간이 없었다. 선수들의 짐을 모아 미리 버스에 옮기고, 빨래 하나까지 잃어버리는 것이 없도록 부지런히 호텔을 누볐다. 맥주 한 잔조차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고된 일정이 마지막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SK가 내년 좋은 성적을 내 가고시마 캠프의 성과를 되짚는다면, 이들의 공로도 다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한승진, 이석모, 김동욱, 정진형, 나카니시 가즈미 매니저까지. 이들이 만든 캠프를 뒤로 한 채 SK는 27일 오전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